2013. 1. 15. 11:07ㆍ누리에 말걸기/노동인권 이야기
<10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철수와영희)가 마침내(!) 출간되었다.
'차남호 선생님이 들려주는 노동과 세계'라는 부제가 달렸는데, 활자로 찍힌 '선생님' 호칭이 참 낯간지럽다.
지난 7월17일 탈고를 했으니 거의 반년 만에 책으로 찍혀 나온 셈이다. 애초 11월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에 맞춰 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후반작업'이 늦어지면서 때를 놓쳤고, 알맞은 시점을 찾다보니 이제사 햇빛을 보게 된 것.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완성도를 높이려 출판사 대표가 몸소 교정지를 들고 외진 시골까지 찾아와 의논하고,그 뒤에도 두어 번 교열을 봤다. 그 와중에 표지와 본문 디자인에 익숙해져선 지 책을 받아들고도 덤덤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주말 서울로 올라가, 연락이 닿은 옛 민주노총 동료들과 함께 조촐한 자축연을 벌이고 나니 그제사 실감이 난다. 그 소회를 책에 실린 머릿글로 대신한다.
[책을 내며]
제게는 중학생 딸이 있습니다. 이름은 한이에요. 만 나이로 열셋이니 이제 갓 10대(teen-ager)가 된 셈이죠. 저는 줄곧 한이를 생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마침 10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지라 내용이 고민스러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한이는 이런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쓰면 한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요.
그렇다고 한이를 ‘위해’ 이 책을 쓴 건 아닙니다. 인도 총리를 지낸 J. 네루는 당시 열세 살이던 외동딸 인디라 간디를 위해 <세계사편력>을 썼다지만요. 사실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는 전직 노동운동가의 ‘활동 갈무리 구상’에서 비롯됐어요.
저는 반평생을 노동운동에 몸담았고, 주로 기자․편집자로서 노동 현장을 기록하는 일을 했습니다. 몇 해 전 여러 사정으로 노동운동을 그만 두었는데, 지난 활동경험을 어떤 식으로든 갈무리하고 싶었어요. 성난 파도처럼 휘몰아친 20세기 말~21세기 초 우리나라 노동현장을 기록했던 사람으로서 말이죠. 그러던 중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겪은 과거의 노동 뿐 아니라 오늘의 의미와 가치, 바람직한 미래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모든 것을 비춰볼 수 있는 괜찮은 기획이라 생각했어요. 가뜩이나 학교 교육이 노동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마당이잖아요. 더욱이 노동법 해설서나 청소년 노동 관련서적은 더러 있지만 노동 세계 전반을 다룬 책이 없다는 사실도 좀 놀라웠죠. 그래서 우리나라 공교육에 비어 있는 ‘노동 교과서’를 엮어낸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1부(노동, 그리고 노동자)에서는 노동에 대한 기초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것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았어요. 특히 10대들이 궁금해 할 법한 내용을 많이 다뤘죠. 2부(노동자의 권리)는 우리나라의 노동관계 법령과 제도를 중심으로 직장생활을 하는데 꼭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이에요.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권익을 지키는 방법 등을 다뤘습니다. 아르바이트와 현장실습을 다룬 3부(청소년 노동, 우리의 권리)에는 일하는 10대들이 자신의 권익을 지키는 데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실었어요.
이 책을 쓰는 와중에 저는 농사를 짓는 새로운 노동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노동’을 하는 공통점은 있지만 ‘노동자’는 아닌 삶이죠. 이 책도 벼농사를 짓는 틈틈이 썼습니다. 그러니까 낮에는 벼농사를, 밤에는 ‘책 농사’를 지어온 셈이에요. 오늘도 이모작 보리밭을 둘러보고 와서 이 글을 씁니다. 이렇듯 노동자 처지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각으로 노동을 바라보니 많은 것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생태적 가치’가 그래요.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바라지만, 그것이 자연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라면 결코 떳떳할 수 없어요. 설령 그 풍요로움을 누리는 게 노동자라 해도 말이죠. 저 또한 출판제의를 받고 ‘애꿎은 나무를 베어낼 만큼 가치 있는 책인지’ 한참 고심했어요. 아무튼 이 책을 위해 생명을 바친 나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 노동 인권네트워크 이수정 노무사의 세심한 법률 감수가 아니었다면 마음 놓고 이 책을 세상에 내보낼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책의 첫 독자이면서 ‘10대의 눈높이’에서 원고를 자세히 검토해준 우리 딸 한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나아가 이 책은 앞서 나온 많은 저작들에도 큰 신세를 졌습니다. 하지만 편집방향에 따라 일일이 출처를 밝히는 대신 맨 뒤에 참고문헌 목록을 실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10대들에게 바르고 건강한 노동관을 심어주는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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