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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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도 있는거지
처음부터 조짐이 수상했다. 다섯번째 벼농사모임. 발표를 맡은 사람부터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다 하고,... 이러저런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메시지가 줄을 서더니 다른 이들도 꿩구어먹은 소식. 외진 곳이라 핸드폰도 딱 한 회사말고는 안 터진다.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답답하..
2015.02.27 -
벼농사 공부
새해는 밝았는데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까닭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눈꼴사나운 행태가 세밑을 어지럽히더니만 해를 넘겨서까지 저 모양이다. 어디 한 두 가지라야 짚어보기라도 할 텐데 벌이는 일마다 늘 상상을 뛰어넘으니 아..
2015.01.12 -
농한기, 싸전 그리고 이효리
‘목 빠지게’ 기다리던 농한기가 돌아왔다. 가을걷이를 모두 마친 농사꾼은 텅 빈 들녘만큼이나 홀가분하고 겨르롭다. 엊그제는 때마침 함박눈이 쏟아져 온 누리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그 겨울풍경에 넋이 나가 SNS에 사진을 올리고 “쌓일 테면 쌓여보라!”고 감상을 적었더니만 금세 ..
2014.12.08 -
'큰 사달'이 농사를 밀고 간다
'학습효과'라는 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경험의 세계를 뜻한다면 농사야말로 거기에 딱 들어맞는 분야다. 설익은 판단일 수도 있지만 농사를 이태 지어보니 그렇더라는 얘기다. 한 번 호되게 당해야 그 다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는 원리라고 할까. 첫해는 아는 게 없으니 동네 어르신이..
2014.05.05 -
고추모와 진딧물
한 주일 만에 대하는 고추모. 싱싱하고 풋풋한 것들을 보고 있자니 주책없게도 눈시울이 또 시큰거린다.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듬지 연한 순에 진딧물이 꼬여 있다. 농약 한 번이면 깔끔해지겠지만, 그런 얘길랑 벙긋도 않은 손들이 바삐 움직인다. 손끝에서 진딧물의 '수..
2014.04.24 -
[2013년] 고춧가루 주문받아요~
이따금 포스팅했던 고추밭 풍경 기억하시죠? 날씨도 풀리기 전인 지난 2월초부터 우리 친환경고추작목반이 정성껏 길러온 그 고추 말이에요. 아 글쎄, 그 놈들이 이제 매운내 풍기는 마른고추로 변신했다지 뭡니까? 7월말 이후 지금까지 다섯 번 땄고, 다음 주가 마지막 수확입니다. 건조..
2013.09.01 -
생태농업의 끝은 어딜까
온대기후로 다시 돌아가기는 영 글러버린 것 같다. 아침나절부터 섭씨 30도를 웃돌고, 35도는 우습게 넘기니 말이다.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억수장마도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아열대기후가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하고, 전문가들도 다들 그리 판단하는 모양이다. 불볕..
2013.08.08 -
어떤 '자연농'
우리 친환경고추작목반에서 '견학'을 다녀왔다. 오지로 꼽히는 진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일 듯 싶은 두메마을. 찻길이 끝나는 산자락에 서너집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그 맨 윗쪽에 50대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사는 그림같은 집이 서 있다. 지은 지 6년쯤 됐다는 스트로베일(볏짚)하우..
2013.07.31 -
백년만의 가뭄..."니들이 '둠벙'을 알아?"
조금 전 논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 요즘은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씩, 자전거를 타고 4킬로미터 거리에 흩어져 있는 논배미 물관리를 하는 게 주요일과다. 모내기 끝나고 한 달 남짓은 물대기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길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터다. 그런데 올해는 ‘백년만의 가뭄’..
201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