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16)
-
'베일' 벗은 못자리 2015
못자리를 앉힌 게 지난 9일. 보름 만인 오늘 모판을 덮어씌웠던 부직포를 벗겼다. 부직포는 밤시간의 보온을 위한 것. 여느해보다 기온이 높아 되레 웃자랄까 걱정되는 판이라 서둘러 걷어냈다. 모내기까지 상온에 적응도 해야하고... 이 작업도 무턱대고 하는 게 아니라 저녁시간에 해야 ..
2015.05.29 -
석탄일 연휴가 끝나가는 저녁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런 것도 같고. 나이를 들수록 술을 이기는 힘을 주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겠지. 술자리에 끝까지 살아남기야 하겠지만 그 다음이 문젠게지. 이런 분수를 모른 채, 석탄일 연휴 이틀을 내리 통음했더랬다. 동네 젊은 벗들과 새벽 4..
2015.05.26 -
첫인사
간밤 바람이 몹시 부는가싶더니 못자리 덮은 부직포가 벗겨졌다는 전갈이 왔다. 흔히 있는 일이라, 이것저것 하던 일 끝내고 사부작대며 갔더랬다. 자투리를 이어덮은 이랑에 사달이 났다. 뭐, 심각한 일은 아니고. 다시 덮어주려다 보았다, 새싹. 그새 앙증맞게 삐죽 고개를 내밀지 않았..
2015.05.16 -
못자리 뒷정리
어제 못자리 만든데 이어 오늘은 뒷정리 작업.널브러진 이런저런 물건들 갈무리하고,물 흠씬 집어넣은 못자리를 살펴보니 한쪽 구석이 불쑥 솟아 모판에 물이 닿지 않는 사태가... 3~4미터 구간, 모판 들어내고 바닥을 낮춘 다음 모판 재배열~! 내일부터 하루 한 번 '문안인사' 드리겠습니..
2015.05.16 -
못자리 만들기 또는 '동네잔치'
못자리를 만들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제 볍씨를 넣은 포트모판을 못자리에 옮겨 쌓은 것. 단위시간 당 들어가는 노동력이 연중 최고인 작업이다. 지난해에는 '농활여행'을 떠나온 서울 벗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올해는 '벼농사모임' 차원의 작업이 되었다. 오늘도 아침 7시부터 ..
2015.05.10 -
베일 벗은 못자리
오늘 아침 못자리 부직포를 걷었다. 모내기까지는 이제 열흘 남짓. 앞으로는 보온 덮개 없이 상온에 적응해야 한다. 못자리를 만든 뒤 처음으로 전모를 마주한 날.... 그럭저럭 고르게 자랐다. 애벌갈이를 하다가 구경나온 이장님도 "모 잘 됐네~!" 추임새. 허나 '샌나락'이라고... 중뿔나게 ..
2014.06.13 -
어떤 '농활대'
‘모 농사가 반 농사’라고 했다. 벼농사를 지어 나락을 거두기까지는 대략 여섯 달 쯤 걸린다. 이 가운데 모를 가꾸는 기간은 한 달 남짓. 전체의 1/6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중요도로 따지면 절반이나 된다는 얘기다. 그 만큼 깍듯하게 정성을 기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모 농사..
2014.06.10 -
"나는 농부다!"
마을 뒤 와우산은 이제 신록을 지나 녹음으로 치닫고 있다. 논들이 줄지어선 들판에는 연보랏빛 자운영 꽃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지고 있다. 봄날이 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 숱한 ‘꽃타령’을 뒤로 하고 마침내 벼농사 철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벼농사는 올해로 3년째. 이제야 그럭저..
2014.06.10 -
벼농사는 시작되고
못자리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 달포 전만 해도 ‘꽃 타령’으로 날을 보냈는데 계절은 어느새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나간 꽃철이 아쉬운 들녘에는 뭉게구름인 듯, 얼룩인 듯 고운 자취가 남아 있다. 자운영 꽃밭. 우리 못자리를 품은 어우들, 발목까지 차오른 뚝새풀과 더불어 ..
2014.05.10 -
'큰 사달'이 농사를 밀고 간다
'학습효과'라는 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경험의 세계를 뜻한다면 농사야말로 거기에 딱 들어맞는 분야다. 설익은 판단일 수도 있지만 농사를 이태 지어보니 그렇더라는 얘기다. 한 번 호되게 당해야 그 다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는 원리라고 할까. 첫해는 아는 게 없으니 동네 어르신이..
2014.05.05 -
못자리 하던 날
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뻐근한 몸뚱이에 어제의 고단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참말로 기~인 하루였다. 못자리 하는 날. "모 농사가 반 농사다"고 했거늘 못자리 만들기는 그 고갱이라 할 만하다. 간밤, 1시까지 질펀한 술판을 벌였다. 서울서 '농활여행'을 온 벗들과 더불어. 그래..
2014.05.04 -
볍씨 넣는 날
조금 전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사방은 깜깜, 어둠에 잠긴 시간. 긴 하루였다. 이리 고단한 노동을 해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온종일 볍씨를 넣었다. 기계로 모를 내기 전에는 못자리 바닥에 곧장 볍씨를 뿌렸다. 써레질을 한 뒤 이랑을 매끈하게 밀어 그 위에 촘촘이... 이앙기가 도..
2014.04.30 -
2013년 모내기, 그 처절했던 기록
2013년 모내기, 그 처절했던 기록 오늘에서야 모내기를 ‘모두’ 마쳤다. 지난 6월12일부터 시작했으니 20일 넘게 걸린 셈이다. ‘무슨 모내기를 그리 오래…’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맞다. 서른 마지기(6천평) 논에 이앙기로 모를 낸 기간은 사흘 남짓이었다. 하지만 모내기..
2013.07.19 -
비 맞으며 두번째 못자리를
빗줄기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카장 쏟아지고 있다. 이 또한 단비가 틀림없는 게 텃밭의 푸성귀들이 몰라보게 싱싱해졌다. 엇갈이배추, 열무, 쑥갓, 아욱 따위 싹을 올린 지 얼마 안 되는 것들이 하룻밤 새 몰라보게 자랐다. 더불어 풀도 욱어지고 있다..
2013.05.27 -
폭폭헌 야그(1)-못자리
나한테 이런 '불행'이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못자리가 말이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지난해 못자리는 말그대로 '환상'이었다. 동네 모정 바로 앞에 못자리가 자리한 지라 어르신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신세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가 너무 잘 됐다"는 품평을 얻었던 ..
2013.05.22 -
못자리 만들기-또 한 고비를 넘다
'나락 농사는 모농사가 반'이라던가. 어제 못자리를 만듦으로써 모농사를 위한 모든 채비를 갖췄다. 못자리에 자리잡은 씨나락은 이제 달포 쯤 지나 파릇파릇한 나락모로 거듭나 논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모로서는 논으로 나가는 것이지만, 사람들 처지에서는 모를 논으로 내는 거니 '모..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