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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6. 06:40누리에 말걸기/노동인권 이야기

알바는 알 바 없다는 사회... 이 책이 필요하다

[서평]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13.08.24 16:13l최종 업데이트 13.08.24 16:13l박현진(phj9356)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책표지.
ⓒ 철수와영희
영준(가명)이는 15살에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되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이곳저곳에서 노동을 하며 지냈다. 사회는 탈학교 청소년에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어려운 경제상황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영준이를 늘 조급하게 만들었고, 어른들은 그 조급함을 손쉽게 이용했다. 최저임금을 지켜주는 일자리조차 찾기 힘들었다. 애초에 학교를 다닐 때도, 학교를 떠나서도 영준이에게 '근로기준법'을 알려주는 어른은 없었다.

"처음 근로계약서를 써보는데 신기했어요."

19살이 되었을 때, 영준이는 한 가톨릭재단이 인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자활작업장'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는 처음으로 근로계약서를 써보는 경험을 했다. 청소년자활작업장은 그곳에서 노동 중인 청소년들에게 정기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영준이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된 일자리'에서 노동을 했는지 알게 됐다.(관련기사 : 손쉬운 먹잇감? 이젠 그냥 당하지 않을 거예요)

고용노동부가 2012년 1월 발표한 '2011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학교 청소년 중 14.3%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 있다. 그들 중 61.6%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게다가 41.7%는 폭언과 성희롱까지 겪는 중이다.

이는 탈학교 청소년만이 겪는 어려움도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11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는 우리나라 고등학생 중 37.4%가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집계했다. 더불어 전문계(실업계) 고등학생 대다수는 '현장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하는 중이다. 우리 사회 많은 청소년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노동권은 먼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를 위한 '노동 인권 교과서'

"가뜩이나 학교 교육이 노동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마당이잖아요. 더욱이 노동법 해설서나 청소년 노동 관련 서적은 더러 있지만 노동 세계 전반을 다룬 책이 없다는 사실도 좀 놀라웠죠. 그래서 우리나라 공교육에 비어 있는 '노동 교과서'를 엮어 낸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책을 내며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글 차남호, 그림 홍윤표, 감수 이수정, 철수와영희 펴냄)는 우리 사회를 위한 '노동 인권 교과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획되어, 노동권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노동기자, 노동운동가 등으로 활동해온 지은이들은 책을 통해 전반적인 노동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세 꼭지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는 노동의 의미와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책이 보여주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 청소년들이 노동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교육이 유리된 우리 공교육과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는 중요한 문제다. 자신이 하는 노동에 가치를 알지 못하는 이가, 다른 이,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지닌 가치에 공감하기는 어려울 터다.

때문에 현실의 노동자, 혹은 미래의 노동자인 청소년들에게 이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들이 노동의 가치를 인식해야만 쌍용자동차를 비롯하여 콜트-콜텍, 이마트,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등 우리사회 산적한 노동문제에도 '공감의 씨앗'이 퍼트려질 수 있다.

두 번째 꼭지에서는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노동자가 지닌 권리를 설명한다. '노동3권'을 비롯하여, 최저임금과 산업재해 등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몫이 어떻게 보장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전한다. 더불어 노동조합, 정치 등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역할들도 소개된다.

부당한 해고나 산업재해에 맞닥뜨렸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책

책의 세 번째 꼭지는 노동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담았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경우, 사용자는 어른이기 때문에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 영준이처럼, 근로계약서 같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된 전교조의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76%가 근로계약서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근로계약서도 없이 노동하는 청소년이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노동현장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을 홀로 해결하기는 버겁다. 이를테면,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오히려 "나중에 주겠다"거나 "일하는 중에 발생한 손실을 변제"했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책은 그럴 때, 어디에 전화를 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현장 실습'을 하는 전문계(실업계) 고등학생을 위한 정보도 있다. 현장 실습을 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실습생이라는 어정쩡한 신분 때문에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기아자동차에서 현장 실습 중이던 전문계고 3학년이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주당 54시간이나 노동을 했다. 취업을 볼모로 고등학생들이 쉬이 부당한 노동환경에 떠밀리는 현실이다. 책은 '현장 실습 표준 협약서' 작성 등 전문계고 학생들의 노동권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글 차남호, 그림 홍윤표, 감수 이수정, 철수와영희 펴냄, 2013년 1월, 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