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0. 10:19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못자리를 만들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제 볍씨를 넣은 포트모판을 못자리에 옮겨 쌓은 것.
단위시간 당 들어가는 노동력이 연중 최고인 작업이다.
지난해에는 '농활여행'을 떠나온 서울 벗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올해는 '벼농사모임' 차원의 작업이 되었다.
오늘도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12시간.
물을 흥건히 잡아놨어야 하는데 채 반도 적시지 못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작업공정을 바꿔 모판 나르기부터.
트럭과 트랙터 짐칸에 쌓아둔 모판을 들어나른다.
근력에 따라 어떤 이는 10장도 거뜬하고, 어떤 이는 4장도 버겁다.
논두렁을 따라 끝쪽부터 수북이 쌓아놓는다.
못자리 판에 웬만큼 물이 차고 나서는 이랑 만들기.
줄을 띠어 반듯이 고랑을 파고, 평평하게 고른 다음 판자로 매끈하게 다듬는다.
그 위에 멍석망을 덮으면 모판 놓을 준비 끝.
아, 멍석망은 땅속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다.
나래비를 서서 릴레이 방식으로 모판을 옮겨 '4열종대'로 가지런히 놓는다.
2천 판이 넘으니 이랑 수는 일곱이 넘고, 전체 길이는 3백 미터를 훌쩍 넘는다.
모판을 다 옮겨 쌓으면 보온을 위해 부직포를 덮는다.
올해도 계산이 빗나가 작업도중에 멍석망을 더 가져오고, 부직포도 한 롤 더 사왔다.
부직포를 덮는 것으로 길었던 못자리 작업이 모두 끝났다.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니 일이 한결 수월하다.
마치 잔치라도 벌인 듯, 한 시간 일하고 한 시간 놀고 먹고...
구수한 차와 오트밀로 시작한 먹거리.
수육과 겉절이, 갖은 떡을 곁들인 새참.
점심은 산과 들의 제철 채소를 넣은 비빔밥과 질경이 된장국.
저녁 겸 뒤풀이는 갖은 민물 매운탕으로 마무리.
"이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디..."
이건 숫제 노동이 아니고 '동네잔치'리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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