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일 연휴가 끝나가는 저녁
2015. 5. 26. 22:42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런 것도 같고.
나이를 들수록 술을 이기는 힘을 주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겠지.
술자리에 끝까지 살아남기야 하겠지만
그 다음이 문젠게지.
이런 분수를 모른 채, 석탄일 연휴 이틀을 내리 통음했더랬다.
동네 젊은 벗들과 새벽 4시 가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셨고,
그 다음날은 멀리서 찾아온 벗들과 더불어 전주막걸리집 원정.
이 또한 자정을 넘겼으니...
그 다음날 어찌 되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냥 쭉 뻗어버렸다.
뙤약볕이 그래도 수그러드는 시간에 부시시 일어났다.
뭔가 표를 내야 '양심'에 거리낄 것 없을 것 같은 이 느낌은?
하여 논배미 한 바퀴 돌 요량으로 집을 나섰더랬다.
밤실에 있는 못자리에 서고 보니 앉힌 지 벌써 보름이 흘렀다.
뜻밖에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그새 부쩍 자랐다.
저녁나절, 부직포를 들추자 드러나는 짙푸른 융단!
올해 모농사는 그럭저럭 잘 되었다. 내심 흐믓하다^^
이제 보름이 더 지나면 모를 내야 할 터이니...
샘골 쪽으로 발길을 옮겼더니
그새 강 씨가 애벌갈이(물로터리)를 해놓았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흐르는 다랭이가 제법 길어보인다.
샘골에 들어선 논 가운데 몇 배미를 빼고는 내가 부치고 있다.
아득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언뜻, 지난 4년 세월이 꿈결처럼 느껴진다.(201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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