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준비

2014. 11. 20. 23:15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김장철만 되면 나는 움츠러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탓이다.
개뿔,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그냥 '을' 신세가 된다. 시키는 대로 하는...
올해도 그렇다. ...
이번 주말에 하신단다. 우리 엄니가...
지휘하시는 대로 따르면 되는 거다.
배추도, 무도, 갓도, 마늘, 생강, 고춧가루, 젓갈도....
그 모든 걸 장만하는 것도 우리 엄니고...
동네 아낙들하고 품앗이해서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엄니다.
그러니 우리 애들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떡이 나오고, 김장김치가 나오고 또... 막 나온다.
이번 주말에 하자면 그 전에 준비를 해야 되니,
엄니 하고 가장 가차이 사는 내가 '발탁' 됐다.
그래봤자, 몸 대주고, 기계 대주는 게 다다.
알량한 자동차에 마늘, 생강 실어서 강경 읍내 방앗간에 갖다주면
기계에 넣어 다져준다.
돌아오는 길에 젓갈도 사고, 품앗이 일꾼들 먹을 거리도 사고...
덕분에 버스 기다리지 않고 곁다리로 편하게 다녀왔다고...
옆집 아줌마 입에 발린 공치사도 기분 좋다.
자, 이제는 본 게임.
배추 뽑고, 무 뽑아야지...
식칼 잡을 군번 안되니, 걍 외바퀴 수레에 실어서 나르는 게
내가 맡은 몫이다.
쌓아놓고 보니 2백 포기쯤 되려나?
우리집 4남매 배추김치, 동치미, 파기치, 총각김치...
가지가지로 해 먹이겠다고...
우리 동네 엄마'들'은 보름 동안 김장 품앗이에 매달리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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