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김장 은퇴?

2014. 11. 24. 16:05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드디어 김장하는 날.
간밤의 통음 탓에, 아침나절 늦게 어머니 집에 도착했는데
어라? 김장 작업장인 비닐하우스가 비어 있다.
아하! 간식으로 수육을 싸먹는 시간이겠거니...
방안으로 들어서니 늦은 아침을 들고 있는데 온통 식구들 밖에 없다.

게다가 싸한 분위기.
어찌 된 노릇이냐 했더니만
오늘, 이 동네에서 세 집이나 김장을 한단다.
'끗발'에서 밀린 울 엄니가 일갈하셨다지? 차라리 아무도 오지 말라고...
내친 김에 내년부터는 김장 품앗이를 그만두기로 뜻을 모았단다.
그러니까, 우리 남매들은 저마다 '각자도생'하기로 했다는 얘기.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된다.
밥상을 물리고 나서 김장 작업 재개.
지난해까지는 우리 남매들 허드렛일을 맡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다들 고무장갑을 끼고 양념을 버무린다.
"에이~ 김장 그거 별거 아니고만..."
화풀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한 마디씩 내지른다.
그런데 30분이나 지났을까,
다른 집 김장을 마친 동네 아낙들이 하나 둘 들어선다.
결국 열 명 남짓, 지난해 인원 만큼 나타나서 양념을 버무린다.
당연히 우리집 남매들은 자리를 비켜주고...
울 엄니 다시 한 번 푸념을 늘어놓은데,
"내가 달리 서운헌 게 아니라 OO네 엄니 하는 말뽄새에 부애가 난 겨..."
동네 아낙들은 너도나도 맞장구 쳐주고,
내년부터는 한 날 김장하는 대신 각자도생키로 했다는 얘기에
"그나저나 잘들 히었어. 꼬부라진 할망구가 김장 하기가 어디 쉽간디...?"

하긴 내가 '아줌니'로 부르는 이 분들, 다들 일흔 넘어 여든을 바라본다.

그런데 말이다. 품앗이 김장은 정말 올해로 끝일까?

그런 그야말로 내년에 가봐야 아는 일이다.

모르긴 해도 내년 늦여름, 울 엄니는 또 배추와 무를 심을 거다.
물론 우리 4남매한테 모두 돌아갈 만큼.
그나저나 백김치,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까지...
김치통에 담아 쌓아놓으니 '산더미'라 해야 겠다.
올해는 그래도 날씨가 푹해서 다행이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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