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장면 둘

2015. 3. 4. 23:03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1)
우리가 지어먹고 있는 마을앞 논에 그새 안 보이던 게 들어섰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며, 짚단, 마른 풀 따위가 수북이 쌓여 있다. ...
얼추 사람 키의 두 길은 되어 보이는데, '달집'이라는 거다.
지난 주말 이 동네 남정네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지난 몇 년 새 이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귀촌인'들.
대부분 나하고 비슷한 또래니 중장년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청년'이다.
지난 주말 청년회장 격인 창수 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이번 대보름 때 달집 태우기하고 쥐불놀이를 할 참인데,
그 장소로 마을앞 형님네 논이 제격인 것 같아서요..."
여부가 있나. 두 말 없이 그러라 했었다.
언젠가 사실상의 '청년회'가 출범한 얘기를 했더랬다.
모임을 통해 '원주민'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어울려보자고 했었다.
이번 대보름(내일!)을 맞아 그 뜻을 실행에 옮기는 모양이다.
대보름날 점심 때는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을 걸지게 대접한단다.
이래저래 좋은 일이다.
고산 일원에 사는 벗들 많이들 놀러 오시라~
그리고 내일 저녁엔 달집이 타오르는 멋진 장면을 기대하시라.

 

 

(2)
적당히 취기가 오른 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섰더니 눈앞에 휘황한 장면이 나타났다.
마치 벌판에 세운 터널에 밝은 전등을 밝혀놓은 듯 눈부시다.
칠흑같은 어둠 속이라 더욱 형형하다.
게다가 싸이키데릭 음악을 듣던 와중이라
더 휘황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을 앞 비닐하우스.
보통 때는 불을 밝혀두지 않는데, 무슨 농작업을 했던 모양이다.
들판에 줄줄이 들어선 비닐하우스를 볼 때마다 입맛이 썼었는데
이런 멋진 경치를 선물할 때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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