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2015. 5. 16. 09:45ㆍ누리에 말걸기/풍진세상(風塵世上)
"학원에도 안오고, 전화도 안 받네요" 이른 아침 받은 전갈. 전주에 있는 입시학원 기숙사에 사는 큰 애 얘기다.
정신은 아득허고, 허둥지둥 전주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가는 동안에도 계속 핸드폰을 눌러댔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 20분이 어찌나 힘들던지...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애비 눈을 마주 본다. 그냥 침대에 누운 상태로.
아침부터 배가 아파 그냥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단다. 전화는 진동으로 해둬 받지 못했다고.
학원 근처에 있는 내과로 데려가 소변검사, 피검사, 내시경에 초음파까지... 세수도 제대로 안 한 몰골로 오전내내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진료받으러 온 농협조합장과 마주치고...
생애 첫 수면내시경 탓인지 한 시간 넘게 잤는데도 애가 정신을 못 가눈다. 몽롱한 상태로 초음파 검사를 끝냈다. 별 이상은 없단다. 일단 사흘치 약 먹고 다시 보잔다. 집에 도착하니, 점심도 거르고 쓰러져 자고 있다.
에휴~ 또 십년 감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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