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큰 애의 '탈학교' 생활

2014. 4. 15. 14:44누리에 말걸기/풍진세상(風塵世上)

4월13일, 큰 애가 대입 검정고시를 봤다.
지난해 8월, 고입 검정고시 패스한 지 반 년 만이다.
흡족한 표정인 걸 보니 시험을 꽤 잘 치른 모양이다.
제 또래(중3)가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고졸학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1학년 2학기가 시작뒨 직후,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할 땐 말리려 무던히도 애를 썼더랬다.
다른 무엇보다 '교우관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극구 학교를 거부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
"네가 끝내 받아들일 수 없다면 탈학교를 인정하마!"
나 또한 애초의 약속을 지켰다. 그렇다면 그 뒤로는?
내겐 그 다음이 비어 있었고,
어미의 대체프로그램은 검정고시학원(전주)이었다.
그리고 1년 반, 아이는 자신의 1, 2차 목표를 이루었다.
나는 그저 짠할 뿐이다.
녀석이 태어나던 날이 떠오른다.
분만실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더랬다.
이 험한 세상에 나오느라 애썼다, 장하구나. 이런 생각...
오늘은 대견하기보다는 안 됐다는 생각 뿐.

"오늘 저녁은 아빠가 팍팍 쏜다!"
아이들이 원하는 '고기뷔페'를 찾아 전주까지 갔는데 허탕치고
봉동까지 왔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
결국 2순위로 아이들과 어미가 곱창모듬구이를 먹는 사이,
채식주의인 나는 라면에 소주 한 병...ㅠ.ㅠ
그 다음 코스는?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단다.

그런데 이제 1막이 끝났을 뿐이라는 거.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거.
어미의 말을 들으며 다시 착잡해진다.
끝난 게 아니었구나, 이제사 시작이구나.
시작이라는데, 끝이 아니라는데
왜 가슴이 답답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