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7. 11:55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보식(補植)이라고도 하고, 쉽게 말해 모를 때우는 일이다.
이앙기로 모를 내고 나면
제대로 심겨지지 않아 떠오르거나,
모판에 문제가 있어 빈 칸(결주)이 생기는데 그걸 땜질하는 것.
오늘 저물녘에 그 모 때우기가 다 끝났다.
50마지기 때우는데 열흘 남짓 걸렸다.
사실, 열흘 씩이나 모를 때운다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50마지기 '대농'이 뜬모라니...^^;
뻘밭처럼 푹푹 빠지는 논바닥을 걸으며, 연신 허리를 굽혀
빈 틈에 모를 꽂아넣는 일은 보기보다 무척 힘겨운 노동이다.
어느 동네 아낙 가로되 "허리가 끊어져~!"
그래, '논두렁으로 걸어다니면서 빈틈이 많은 곳만...'
늘 그렇게 다짐하며 시작하지만, 일단 논바닥에 들어가면
보이는 빈틈마다 꽂아넣는 것이 '농심'이다.
그래도 올해는 그 '농심'을 그럭저럭 극복했는데...
뜬모 기간이 길어진 건 '뜻밖의 사건' 때문이다.
바로 '우렁이 사냥'.
제초용 우렁이가 잡초만 먹는 게 아니라
여건에 따라서는 벼까지 먹어치우는 것.
특히, 물을 너무 깊이 댄 논배미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수심이 깊은 네 귀퉁이가 거의 '초토화'돼 버린 것.
해서, 모 때우다 말고 우렁이를 잡는 일이 더 급하게 됐다.
그렇게 사냥한 우렁이는 잡초가 많이 올라온 논배미로 옮겨 넣는다.
이런저런 우역곡절 끝에 모 때우기를 마치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내일부터는 당장 김매기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래도 한 매듭을 지었다는 그 '작은 기쁨'이
힘겨운 농사를 굴려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
모 때우기 전(위)과 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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