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와 벼 사이에
2016. 6. 29. 08:55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피가 올라왔다.
"피죽도 못 먹었냐?"는 말이 있고,
피죽이 어디에 좋다는 설도 있다마는
우리같은 농사꾼한테는 그저 '웬수'일 뿐.
"피하고 벼를 구분할 줄 아느냐?"고 묻자
누가 그랬다지?
"벼포기 사이에 있는 게 피"라고.
이삭이 팰 때까지는 둘을 구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4촌은 아니고 8촌쯤 되는 사이인기라.
농업기술 관련서에는
'양분 경합관계'라는 좀 거시기한 표현을 쓰더라마는
벼한테 가야 할 거름을 빼앗아 피둥피둥 몸피를 키우니
그 아니 얄밉겠나, 이 말이다.
써레질이 어설퍼 불쑥 솓은 논바닥 얕은 물에,
그리고 용케 우렁이 촉수를 피해 저리 올라왔으니
어쩌누 손으로 매주는 수밖에.
피사리! 몇 일만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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