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9. 12:00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아뿔싸! 설 연휴가 끼는 바람에 이번에도 원고마감이 한 주 당겨졌다. 내심 느긋하던 참이다. 격주 월요일에 열리는 우리 벼농사두레의 <농한기강좌> 첫 강의가 바로 내일인 까닭이다. 발표자가 다름 아닌 나고, 그 주제가 한 번 쯤 여기에 다룰 만한 내용이라 생각했더랬다.
주제는 ‘쌀의 인문학-우리가 몰랐던 벼농사 이야기’. 발표내용을 간추리고 뒷이야기를 덧붙일 요량이었는데 덜컥 산통이 깨지고 말았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즈음엔 십중팔구 발표가 끝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일 상황을 예단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여 어차피 그리 된 마당이니 이 참에 강좌내용을 하나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마침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으니 딱 들어맞지 싶다.
첫 강의는 제목 그대로다. 쌀과 벼농사에 대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되 흔히 잘 못 알고 있는 내용을 바로잡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예컨대 조선후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논이 밭보다 더 많아졌고 모내기가 널리 퍼졌으며 비로소 쌀이 백성들의 주식이 되었다든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기풍속의 역사가 생각보다 매우 짧다든가, 유기농쌀이 밥맛이 좋은 과학적 근거라든가 따위다.
두 번째 강의(2월11일)는 ‘로컬푸드만 있냐? 로컬영화도 있다!-우리지역의 영화이야기’. 이 고장 공동체들이 만든 물건을 모아 판매하는 ‘널리널리 홍홍’ 대표로 잘 알려진 장미경 씨가 강사로 나선다. 장 대표는 <정거장> <홍시> 등의 작품을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기도 하며, 그 동안 지역-청소년-교육 등을 키워드로 영화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완주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와 완주사람(청소년)들이 손수 제작한 영화 2~3편을 감상하며 ‘우리고장의 영화’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월25일에는 ‘존중감, 그리고 평등감수성 익히기’를 주제로 한 성인지 강의가 이어진다. 흔히 ‘성희롱 예방교육’으로 알려져 있고 공공기관이나 10인 이상 기업체에서는 의무교육이다. 그러나 고산에서 독립적인 주민단체 주최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벼농사두레 여성회원들의 적극 제안으로 채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년 넘게 여성단체 대표를 지냈고, 공공기관-기업체 성평등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다 몇 달 전 고산으로 귀촌한 이례교 씨가 진행한다. 드라마 상영을 비롯해 여러 방향으로 무의식적 고정관념을 인지함으로써 ‘머리를 넘어 가슴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제4강(3월11일)은 태극권을 맛보는 시간이다. 시골살이에서 평소 꾸준히 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을 체험해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요가를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니 적잖은 주민들이 이미 배우고 있는데다 마침 강사로 뽑힌 벼농사두레 황병곤 이사가 5년째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마지막 강좌(3월25일)는 ‘퍼머컬처 농장설계’가 장식한다. 퍼머컬처는 이제 사람들에게 제법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시골 사는 사람치고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뜻한다는 걸 웬만하면 다 안다. 그 퍼머컬처 ‘전도사’로 통하는 임경수 박사가 강의를 맡았다. 퍼머컬처 원리에서부터 그에 바탕을 둔 텃밭 설계와 가꾸기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강좌는 격주 월요일 저녁 7시에 완주청년거점공간&림보책방에서 열린다. 강사로 나서는 전문가들은 모두 벼농사두레 회원이라는 점도 꼭 기억해두시라. 월간 <완두콩> 2019년 2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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