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코로나19

2020. 3. 10. 17:00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기세 좋게 첫발을 뗐던 <농한기강좌>가 첫 강좌를 끝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직후다. 얼마나 공을 들여 준비했던가, 그리고 첫 강좌 이후 남은 네 차례의 강의에 쏠린 뭇사람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어이하랴. 방역당국이 다중집회를 삼가길 권고하고 사회전반의 움직임 또한 그러하니 눈물을 머금고 단안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름, 상황은 심각 그 이상이다. 지금 농한기강좌가 문제가 아니다. 세상이 온통 혼돈과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코로나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서 비롯된 공포바이러스에 온 사회가 새파랗게 질려 있다.


방역당국은 줄곧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지침을 견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강한 사람은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길게 늘어선 구입행렬은 무엇이며 마스크 5부제라는 해괴한 시책은 또 무엇인가. 이 모두가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 엄청나게 몸집이 커진 눈덩이마냥 부풀어진 공포 바이러스 탓이지 싶다.


어차피 농한기이고 집콕신세일 수밖에 없는 농사꾼이 늘어놓는 세상물정 모르는 한가한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따금 장보러 들른 읍내 마트에는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 물결. 왠지 섬뜩해온다.


이같은 사회적 공포심리는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리돼 건전한 시민행동지침으로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은 상황이 심각하고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고비를 넘겨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는 가동중단, 조업부진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감수해야 하겠지. 그에 따른 저소득층 생계대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고.


저마다 양보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다 보면 사태도 차츰 누그러질 게다. 어젯밤 뉴스에는 확진자수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는 반가운 진단도 나왔다. 물론 더 신중히 지켜봐야 하겠지만 희망의 소식이 쌓이다 보면 공포 바이러스도 머잖아 물러갈 것이다.


문제는 이 공포심리에 기생하여 사익을 좇는 혐오와 배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방역이나 보건을 빌미로 인권침해에 둔감해지는 경우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여야 정치권의 저열한 선동정치는 몹시 우려스럽다.


어쨌거나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진 지 두 달을 지나고 있다. 처음엔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다고 해서 머잖아 수그러들겠거니 싶었다. 대구-신천지를 계기로 확산세가 폭발하는 와중에도 우리 동네는 확진자 제로의 청정지대인 것에 마음이 놓였다. 물론 공포 바이러스는 한적하고, 인구밀도 낮은 시골마을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화병으로 먼저 죽을 것 같은 갑갑함이라니. 그래 이럴수록 움츠러들지 말고 발산해야 한다고 의기투합한 몇이서 판을 벌였더랬다. 그제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말이 좋아 사회적 거리두기지 실상은 강요된 칩거아니던가. 시골 사는 덕분에 활개치고 사는 나도 그걸 실감한다. ‘집콕이 길어지면서 집밥해먹는 이들도 많아졌는지 얼마 전부터 직거래 쌀 주문이 크게 늘었다. 준비한 물량이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렇다고 수입이 늘어날 일은 없고, 너무 일찍 쌀이 떨어지면 공급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이래저래 세상사 쉽지 않다. 정도껏 하자월간 <완두콩> 2020년 3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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