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춘래불사춘! 4월 하고도 중순인데...

2012. 5. 6. 21:16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오랜만이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다들 잘 지내시겠지요? 저도...

완주로 내려온지 이제 한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농사일을 시작해볼 요량입니다.

일단...
자녀교육&전원생활을 위해 이 동네로 이사온 분들-보통 '귀촌인'이라 하지요-하고

텃밭을 시작했습니다. 한 열 집 정도가 함께 하고 있는데요.

전체가 200평이니 한 집 당 20평 남짓... 그냥 주말농장, '애들 장난' 수준이지요.

서양 봉건사회 마냥 '공유지=공동경작지'를 한 40평 정도 따로 떼어서

절반은 감자를 심었고, 절반을 고구마 심으려고 남겨 두었습니다.

수확한 뒤 1/N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사유지'는 물론 '꼴리는 대로' 지어먹는 거죠.

어떤 집은 20평에 몽땅 옥수수를 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잎채소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재배'로 방향을 잡더군요. 우리집도 그렇고요.

지난주말에 푸성귀 몇 가지 씨를 뿌렸습니다.

일단, 아욱, 상추(청지마 & 적치마), 쑥갓, 열무 정도고요. 대파는 게으름을 피우느라 아직...

어제는 다른 일이 있어 밭에 나가봤더니 싹이 터서 보일락말락 떡잎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고추와 얼갈이 배추를 심게 되고요. 나머지는 뭘 심을지 천천히 생각해봐야죠. 

 

텃밭이야 사실 농사랄 것도 없고... 먹고 살려면 돈이 되는, 이른바 '환금작물'을 재배해야 하는데...

얼마전까지도 막막했죠.

무작정 내려왔으니 적응기가 필요했고, 내려올 때 가져온 숙제도 좋은 핑계거리 이기에 

지난 1년은 설렁설렁 보낸 게 사실.

그래도 올해부터는 농사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일었는데...

뭐, 그렇다고 농사 지어서 떼돈 벌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무슨 특수작물, 시설(비닐하우스)채소, 축산 같은 진짜 돈 된다는(물론 리스크도 크죠) 농사는

생리상 내키지가 않더군요.

글쎄요... 배가 덜 고파서는 아니겠지만, 아직은 '돈보다는 생태'라는 것이 절대원칙입니다. 

처음엔 화석연료 쓰는 농기계에도 거부감이 들고, 막연히 '자연주의 농업'을 생각했는데...

생활터전 자체가 자동차에 종속돼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이미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되고 말았죠.

여튼... 다행히도 저희보다 몇 달 일찍 이 동네에 이사한 분이 있어 제게는 거의 '귀인'이 됐습니다.

이사하기 이태전부터 이 동네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고,

'친환경 유기농업'에 대한 의지도 확고합니다.

지난해 고추농사를 한 1천평 지었는데, 농약-화학비료는 그만두고 진딧물까지 손으로 잡는 수준...

탄저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완전 거덜났는데도 농약의 유혹을 떨치고, 그냥 망해버리는...

가장 큰 고통(!)은 이 분-저보다는 대여섯 살 아래입니다만-술을 한 방울도 못해서리...ㅠ.ㅠ  알죠~?

이 분이 벼농사를 같이 짓자고 하더군요.

벼농사라면 어릴 적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징글징글 하지만, 

게 중에 가장 쉬운 편이고, 완전 유기농이라고 해서 올해는 시험 삼아 그러기로 했습니다.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전혀 쓰지 않는 완전 유기농입니다.

이미 오랜전부터 이 동네에 유기농벼농사단지가 조성돼 있고, 그 중 5천평 정도를 빌려서 짓기로 했습니다.

이 동네가 소도 많이 키우는데 유기농 볏짚을 보조사료로 쓰고, 소똥을 그러모아 발효시킨 축분퇴비를 다시 밑거름으로...

이것을 유기순환농법이라 하죠. 벼가 웬만큼 큰 다음에 주는 덧거름은 유박이라 해서 깻묵을 쓴다고 하네요.

풀(잡초)은 어떻게 잡느냐고요. 여기서는 우렁이농법을 씁니다.

남미에서 들여온 우렁이가 잡초를 싹틀 때부터 먹어치운다네요.

물론, 논을 갈아엎어 로타리(흙을 잘게 부수는 일)치고, 써래질(표면을 판판하게 고르는 일)은 트랙터를 써야 하고

모내기는 이앙기를, 수확은 콤바인을 이용합니다. 그 넓은 논을 손으론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아,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진 분한테 맡겨야죠...ㅎㅎㅎ

그래서 그 공임 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ㅠ.ㅠ

지금은 못자리를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엊그제 못자리 만드는 흙(상토)을 들여왔습니다.

이달 하순 볍씨 담그기를 시작으로 농사가 본격화됩니다.

옛날 선친께서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본 적은 있으나 직접 하는 건 처음이라 좀 걱정이 됩니다. 

 

농사 얘기는 여기까지고요.

어제는 더 바빠지기 전에 바람이나 쐬고 오자해서 꽃구경을 갔습니다.

송광사(순천 송광사 말고)라고, 이곳에선 제법 알려진 전통사찰이 있는데, 근처에 벚꽃길이 조성돼 있다대요.

'제1회 소양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이 또한 상품화한 것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것시유...

그런데 전국적인 이상기후로 꽃피는 시기가 늦어졌다죠? 여기도 예외가 아니라서 이제사 봉오리가 맺힌 정도더군요.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ㅠ.ㅠ

도토리 묵 한 접시에 동동주 반 통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왔습니다.

꽃놀이 소식 전하려다가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바람에 쓸데없이 길어졌네요...ㅠ.ㅠ

그럼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꽃은 아니 피고

 

 

 

      놀이판에, 먹자판만 벌어졌도다...

 

 

 

 

 

 

 

 

 

 

 

 

 

 

 

 

 

출처 : 중앙문리대사람들
글쓴이 : 차남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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