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6. 21:16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시골에 살다보니 평일-주말 개념이 시나브로 희미해집니다.
그나마 학교 댕기는 아이들 때문에 잊지 않고 살고 있네요.
오늘이 그 일요일 아닌개벼요.
애들 덕분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볼까나 생각하던 찰나에 전화벨이 울리네요.
벼농사 같이 짓기로 한 그 양반이네요.
"오늘 못자리판 로타리 쳐준다네요. 지금 나와 보세요"
시계를 보니 8시20분.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건만 그래도 일요일이라고 좀 찌뿌둥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보통 때는 6시 반쯤 일어나 아이들 밥먹여 학교 보내거든요.
아무튼 부리나케 작업복을 걸치고, 장화를 신은 다음 자전거에 오릅니다.
못자리가 들어설 논은 동네초입 모정 바로 옆에 있고요.
도착하니 벌써 트렉터가 논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네요.
논은 두 마지기(400평)가 채 안되고 정방형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전부를 못자리로 쓰는 건 아니고 그 중 한 50평 정도만 씁니다.
아, 못자리가 뭔지는 다들 아시겠죠? 모내기에 쓸 벼묘목을 기르는 곳 쯤으로 해두면 될 듯.
로터리 작업은 금새 끝났습니다.
이제 물을 대고 난 다음에 다시 한 번 로터리를 해서 묽은 반죽처럼 만드는 일이 남는 거죠.
수로가 못자리 반대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물을 대기가 까다롭네요.
양수기를 써서 끌어와야 하나 어쩌나 하다가
일단 트렉터 바퀴를 이용해 또랑을 내보기로 했는데 그게 제대로 적중했네요.
물길을 다듬고 나서 집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원고를 쓰고 있노라니 2시반 쯤 다시 전화가 울리네요.
"물대기가 끝나서 이제 못자리를 만드는 작업 합니다"
원고작성이 한참 물이 오른 판국이라 늑장을 부리다가 도착하니
그 새 트렉터가 작업을 거의 끝마쳤고, 논바닥은 거무스름한 반죽으로 변했더군요.
문제는 수평이 맞고, 표면이 매끄러워야 하는데 울퉁불퉁...
장화발로 들어서니 쑥 드러갑니다.
열두발 쇠스랑(쇠갈퀴라고도 합니다만)으로 평탄작업을 하노라니 흑탕물이 튀기네요.
두어시간 작업을 하고 나니 제법 반들반들 해졌습니다.
오는 화요일(그러고보니 노동절이네요, 허참~) 볍씨를 포트에 담는 작업을 합니다.
포트는 벌집처럼 작은 구멍이 수백개 나 있는 플라스틱 용기입니다.
눈이 튼 볍씨를 구멍마다 3~4알씩 담는 작업인데 물론 기계로 한답니다.
볍씨를 담은 포트를 오늘 평탄작업을 해둔 논바닥에 가리전히 앉히면 못자리는 일단 완성.
한 달 남짓 적당히 물을 대면 모가 쑥쑥 자라 6월초쯤 모내기를 하게 되는 거죠.
10센티쯤 자란 모판을 모내기 할 논까지 트럭으로 실어 나릅니다.
물론 모내기도 이앙기가 하고요.
벼농사, 차암 쉽죠 잉~ㅠ.ㅠ
저 벚나무 사이로 보이는 무논이 벼농사 지을려고 빌린 곳 중의 하나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논 위에 하얀새 세 마리가 서 있는 거 보이시죠.
황새인지, 두루미인지, 왜가리인지, 백로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요.
아무튼 큰 철새는 분명한데 아마도 미꾸라지나 우렁 따위를 잡아먹고 있을 겁니다.
또 이 논에는 또 원앙이나 청둥오리도 날라듭니다.
물 속에는 부화가 끝난 도룡뇽 알집도 보이고요.
도롱뇽이 환경오염에 아주 민감한 동물이라는 건 다들 아시죠?
논두렁 밑에는 듬성듬성 미나리도 자랍니다.
그제는 논물 보러 나갔다가 한 움큼 뜯어서 나물을 묻혔더니
상큼한 미나리 향이 제대로네요.
지난번 소개한 텃밭은 못자리논 지척에 있습니다.
매일 가보지는 못하고 마을쪽에 볼일이 있거나 오늘처럼 논에 갈 일이 있으면
지나는 길에 둘러보곤 했는데 그새 싹이 터서 어떤 놈은 제법 컸습디다.
열무는 제법 모양을 갖췄지만
나머지는 아직 말그대로 '새싹' 수준입니다.
벌써 무슨 벌레에 먹혔는지 몰라도 바늘 구멍이 무수히 뚫렸습니다.
아욱은 왠일인지 싹튼 놈이 셀 수 있을 정도로 부진하네요.
상추, 쑥갓, 대파, 엇갈이배추는 그럭저럭 잘 자라는 듯 하고요.
우리집 텃밭. 앞에서 부터 엇갈리배추,대파, 열무,쑥갓, 상추, 아욱
요것이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열무.
어제는 애들 치과에 들렀다가
저만치 용담댐으로, 운일암반일암으로 해서 한 바퀴 돌아왔습니다.
봄이죠 뭐, 아름다운 봄. 다른 거 있겠습니까~
벚꽃은 이미 졌지만 저만치 산자락에는
여러 색깔 솜사탕을 흩뿌려놓은듯 봄꽃이 아롱거리고요.
바람은 괜시리 코끝을 간지리고 지나갑디만...
봄이야 본시 여인네들 차지 아니던가요? ㅎㅎㅎ
운일암 반일암 계곡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담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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