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7. 09:27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
역시 쉽지가 않은 일인가 봅니다.
그새 한 달이 가까워 오네요.
어느 결에 이리 시간이 흘렀는지...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곧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널직한 강줄기~
(여기는 만경강 상류로, 물길을 둑-동네이름을 따 '어우보'라 이름-으로 막아 마치 호수처럼 보임. 지난번에
올린 사진을 떠올리시길.)
갈대모둠이 듬성듬성 흩뿌려진 그 강물 위에 이름모를 새들이 둥둥 떠 있고,
또 이름 모를 새는 끼룩끼룩~ 정적을 깨웁니다.
이따금 두루미로 짐작되는 큰 새가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급한 날개짓을 하기도 하고...
강둑 너머 저만치에는 노령산맥 줄기가 가로 질러나가고...
어떤 옛그림에서 본듯, 산봉우리의 윤곽선은 희뿌옇고.
열평 남짓, 낡아빠진 스레이트 지붕의 허름한 집을 떠받치는 축대 아래,
시퍼런 물 속에는 말 그대로 '물반 고기반'인 피라미떼가 바삐 지느러미를 놀려대고,
또...
이젠 탄성도 나오지 않을 만큼 많이 익숙해진 풍경입니다.
남부여대는 아니고, 5톤 트럭 두 대에 가득한 이삿짐을 싸들고 와서,
그 반도 풀지 못한 채 '점빵' 자리에다가 상자 채 차곡차곡 쌓아 두었습니다.
꼬박 하루를 짐정리만 했는데 다 못하고 그 뒤에도 여러 날을
틈날 때마다 되풀이 해야 했습니다.
이사오던 날에는 화창하던 날씨가 다음날부터 다시 추워졌는데요...
보일러가 고장난 상태로 방치돼 가동되지 않더군요.
바깥온도와 집안온도가 같은 상황~ㅠ.ㅠ
잠 잘 때는 전기요라도 깔았더니 그나마 견딜만 했는데...
방안은 작은 전기난로 하나로는 턱도 없었지요.
사정이 심상찮음을 알았는지 집주인 아저씨가 결국은 보일러를 고치더군요.
하지만 오랫 동안 가동하지 않았던 터라 보일러를 켠지 사흘이 지나서야
비로소 방바닥에 온기가 돌더라고요.
그 동안, 손끝은 트고 갈라져 아리고, 쓰리고...
아이들은 일찌감치 어머니 댁에 피난시켜 놓았고요.
이사오고 사흘째 되던날, 동네에 이사떡을 돌렸습니다.
언뜻 보기엔 4~50가구 정도로 알았는데,
이장님한테 물었더니 80가구가 넘는다고 하대요.
(동네가 넓게 퍼져 있어 실제로는 100집이 넘더라고요)
일일이 집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떡을 건넸습니다.
계속 도시에서만 살아왔으니 사실 난생 처음 해보는 짓이었지요.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젊은 사람을 반기는 눈치더군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다가올 시련은 짐작도 못했어요.
2월28일 면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니 아이들 학교를 배정해주더군요.
온종일 떡을 돌리고난 뒤 학교에 들러 배정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3월2일부터 일주일 동안 연일 피말리는 '교섭'이 진행됐습니다.
학교쪽은 "학급 정원이 차서 아이들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쪽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우리가 양보해 학교현실을 인정하더라도
6학년은 T/O가 있으니 큰 애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맞섰지요.
우여곡절 끝에 우리 주장을 받아들여 큰 아이는 받겠다는 태도변화가 읽혀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른 학교를 선택했고,
아이들은 지금 산 아래 작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겠지만,
애초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고, 핵심적 교육여건 중 하나가 좋지 않더군요.
게다가 학교에서 굳이 안 받으려 하는 마당에 어거지로 해봤자... 하는 생각이었지요.
아무튼 저희로선 한 열흘에 걸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올린 글 가운데 아이들 학교 관련 정보는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됐습니다.
완주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로 전교생이 16명인 초미니 학교.
아, 학교 끝날 시간이라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 > 시골에 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이데이가 예서는 '면민의 날' (0) | 2012.05.07 |
---|---|
[스크랩] [견문] 완주, 고산면 하고도 어우리 (0) | 2012.05.07 |
[스크랩] 집정리도 끝나고, 그럭저럭 자리 잡아 가네요 (0) | 2012.05.07 |
[스크랩] 첫소식에 대한 `보충설명`^^ (0) | 2012.05.07 |
[스크랩] 2월말에 전북 완주로 이사합니다 (0) | 2012.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