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7. 09:28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한 동안 격조했지요?^^
실은 엊그제 장을 보고 있는데 우리 정혜경 여사가 느닷없이(!) 전화를 했더라고요.
"카페를 그리 방치해 둘거냐, 관리 좀 하라"는 핀잔을 들었지요.
해서 겸사겸사 소식 전합니다.
그새 또 한번 이사하고, 짐정리에 집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뭔 놈의 집정리를 그 오래..." 하고 의아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았답니다.
세들어 살던 서울 개봉동 아파트가 30평대 였는데요,
그 집에서 한 8년 살았거든요.
그 사이 나가는 물건 없이 시나브로 들여놓은 물건이 꽤 됐던 모양이어요.
이삿짐이 5톤 트럭 두 대분이더라고요.
그 많은 짐을 두 달 동안 임시로 기거할 열 두어평 짜리 집에 우겨 넣으려니...
워쩠겄시유~ㅠ.ㅠ 먹고, 입고, 자는데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도로 내놓고,
나머지는 골판지 상자에 포장된 그대로 점빵자리와 헛간에 쌓아두었지요.
참, 임시거처는 이 동네분이 한 20년 전에 블록과 스레이트로 지은 도로변 가게집입니다.
그나마 강변 국유지에 지은 무허가 건물.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건물이 우리식구가 두 달 동안 임시로 거처한 집. 사진은 4월 중순경 한 보름 동안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이 빠진 상태에서 찍은 것. 지금은 오른쪽 갈대모둠을 빼고는 대부분 다시 물이 잠겨 있음.
열 두어평 중 반절은 점빵으로, 나머지 절반은 살림집(지금은 방2, 주방으로 개조)으로 썼지요.
그러니 비좁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저야 바로 강변이라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거의 기겁.
오죽하면 두 달 내내 징징거렸겄시유...
아무튼 그 집 주인 아저씨가 교회 장로이신데,
한 30년 전에 서울 옥수동에서 내려와(요즘말로는 귀농^^) 아들 하나, 딸 둘 키우면서 자수성가한 분입니다.
그 분 스스로 "나는 여기 내려와서 대박 났시유~"라고 할 만큼 성공한 분이지요.
지금은 제가 새로 이사해 살고 있는 집, 바로 앞에 새로 집을 지어 살고 계십니다.
전답도 꽤 있어 보이고, 소도 20여 마리 키웁니다.
아들은 치과의사, 딸 둘은 교사라고 하더군요. '대박'이 허장성세만은 아니지요?^^
그런데 제가 농사를 지어보려고 한다고 했더니만
"귀농하는 사람이 돈을 허투루 쓰면 안된다"며 두 달 동안 강변집에 그냥(꽁짜로!) 살라더군요.
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남유. 안 받겠다고 손사레 치는 걸 봉투를 내밀었지요.
그걸 전문용어로 '보증금 없는 선불월세'라고 하던가요. 그렇게 추운 두 달을 났습니다.
아무튼 지난 5월4일, 그 집에서 탈출하듯이 원래 계약했던 집으로 다시 이사를 했지요.
아들 아시겠지만 아파트의 경우 비슷한 평수로 이사가면 짐정리 랄 게 거의 없잖아요.
거기다가 포장이사를 하면 손 쓸 일도 거의 없고요.
근데, 창고에 쌓아놨던 짐을 54평이나 되는 큰 집에 풀어 놓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이삿짐센터 사람들 떠나고 나니 막막하기가 이를 데 없었지요.
그래도 워쩌겄시유 정리는 해야지...
뭐, 남들처럼 매일 나가야 하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아 도는 게 시간이겄다, 쉬엄쉬엄 하자 생각했죠.
8년 만에 이사하고, 애들도 크다보니 새로 들일 새간살이가 꽤 되더라고요.
날마다 택배차량이 들락거리고,
그 때마다 가구배치 바꾸랴, 짐 옮겨정리하랴, 못박으러 벽에 드릴질 하랴...
그 짓을 하는데 한 보름은 걸린 듯 합니다.
물론 허구헌날 집정리만 한 건 아니지만, 그 기간에는 주요일과가 집정리였으니까요...
대충 정리가 되었기에 지난주부터 주위분들(물론 근동에 사는 사람들)하고 저녁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애들 엄마가 "집들이라고 하면 부담스럽다"고 펄쩍 뛰는 바람에...
명목만 '저녁 한끼 하자'고 했다지만 다들 휴지며 세제를 들고 오시니 이걸 뭐라해야 하나~^^
지금까지 세 팀, 아니 네 팀을 치른 것 같네요.
사실, 요즘엔 그 일 말고는 하루하루가 할랑 합니다.
아, 여기로 내려오기 직전에 난데없는 숙제가 생겼는데
마감일 넘겨 가면서 낑낑 대고 있는 것도 있긴 하네요.
아직 농사 지을 태세는 갖추지 못했고요.
땅도 없거니와, 무슨 작물을 재배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도 없으니 그 동안 너댓 번 남들 농삿일 도와준 게 전부고요.
앞으로도 한 동안은 '시골살이'를 배우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네요.
요컨대 이제는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이라도 맞을 태세를 갖췄다는...
공자님도 그러셨잖아요.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락호아~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라고요.
이곳을 지날 일이 있는데 그냥 스쳐만 갔다, 그러면 무척 섭섭하겠지요.
아래 사진은 그 동안의 흔적 가운데 몇 개 골라 봤어요.
지난 5월13일 아이들 학교 봄소풍 가서 한 컷. 요기는 대아수목원이라는 곳인데, 한 두 시간 코스로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해발 수백미터 되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풍 간 전교생과 학무모들이 모두 모여 찍은 기념사진. '산골분교'라는 게 실감나시는지... 아 게중에는 도회지에서 '산촌유학' 온 아이가 절반쯤 된다는 거. 지난번에 설명했죠?
진안, 장수 사는 사람들(함께 노동운동하다가 귀농한지 몇 년 됐음)하고 대둔산에 놀러갔다가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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