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7. 09:39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완주'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완산주부터 시작해서 전주시 옆에 있는 고장 쯤으로 여기는 게 보통이지 싶습니다.
실제로 아래 관광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완주군이 전주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군청도 전주시내에 있고요.
이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는군요.
그러니 완주 하면 인접한 전주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지요.
저 또한 그닥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곳 완주의 '산천경계'가 수려하다는 게 외지인들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더라 그말이니다.
보통 전라북도 하면, 무주-진안-장수(무진장) 정도를 빼고는 전부 평야지대인 줄 알고 있지요.
물론 그런 점이 있지요.
완주군 또한 전주, 익산에 인접한 읍면인 삼례, 봉동, 이서, 용진은 평야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붉은 원 영역)
하지만 나머지 70~80% 지역-고산,비봉,화산,동상,경천,운주,소양,상관,구이면-은 모두 산지입니다.
실상 완주군 전역이 (계룡산)-대둔산-운장산-모악산/진안군으로 이어지는 노령산맥의 본령을 이루는 셈이지요.
제가 사는 고산면은 평야지대에서 산지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비봉,화산,동상,경천,운주면과 더불어 '고산현'을 이뤘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요즘엔 익산(옛 이리시), 군산이 전주와 더불어 전라북도 3대 도시로 불리지만
이게 다 일제강점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지요. 두 도시 다 그 전에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호남지방에서 산출된 어마어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나르려다보니
철도운송(이리), 해운(군산)을 위한 거점으로 집중개발해 오늘에 이른 것이지요.
그 바람에 전까지 읍성이었던 여산, 금마, 함열 등지는 오늘에 이르러 조그만 읍면으로 남게 된 것이지요.
아무튼 우리집에서 한 3Km 떨어진 고산읍내에는 동헌 자리는 없지만 향교는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곳 사람들은 과거 한 현을 이루던 완주군 북부지역을 '고산 6개면'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이는 '고산이야 말로 완주군의 정신적 도읍'이라 주장하기도 하던데,
완주군 문화원이 고산에 자리잡은 것이 이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읍내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산간지대가 펼쳐지죠.
제가 사는 동네는 어우마을입니다.
고산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평지라 할 수 있죠.
처음 이사 와서 이사떡을 돌릴 요량으로 이장님을 찾아가 여쭤봤죠.
"이 동네가 몇 가구나 됩니까? 한 4~50가구 돼 보이던데..."
이 양반 빙긋이 웃더니만
"떡 돌리기가 좀 버거울텐데...한 80가구 돼요" 하더군요.
알고보니 동네가 넓게 퍼져 있어서 구석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100가구나 된다더군요.
아무튼 요즘 시골 동네 치고는 꽤 큰 편이지요.
옛날에는 이 동네에 장이 섰다고 하더군요.
물론, 마을이 커진데는 우리식구가 굳이 이 동네에 이사온 것과 같은 배경이 크게 작용했지요.
동네이름은 한자 어우(於牛)입니다. 잘 알시는 것처럼 於는 영어 in, at 따위에 해당하는 전치사 잖아요.
그래서 뭔지는 모르지만 소와 관계되는 사연이 있나보다 하면서 혹, 소를 많이 키운데서 온 지명인가 싶기도 했죠.
그런데 군청 홈페이지의 '지명유래'를 보니 이렇게 돼 있더군요.
"어우는 뒷산에 와우혈(臥牛穴)이 있어 ‘와우→어우’라 한다. 갈읍은 어우정 동남쪽에 있는 마을. 봉동 은 어우정 동북쪽에 있는 마을. 장승배기는 어우정 동쪽에 있는 마을로 장승이 박혀 있었다. 월남리는 어우정 남쪽에 있었던 마을인데 지금은 인가가 없다."
말인즉슨, 뒷산이 누워있는 소의 형세라 '와우'라 했거늘, 이게 발음이 어려워 '어우'로 변이했다는 얘기죠.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죠. 실제로 멀리서 뒷산의 형세를 살펴보면 '누운 소' 같은 모양으로 보이기도 합디다.(사진참조)
또 마을 어귀에는 '어우마을' 표지석 바로 옆에 화강암으로 와우상이 자리 하고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옆으로 길게 누운 산이 바로 동네 뒷산인데, 이게 와우형세라는 거 아닙니까?
어째 비슷한가요?
그리고, 왼쪽에 보이는 뾰죽한 산이 '비봉산(飛鳳山)'입니다.
다시 말해 '날아오르는 봉황' 형상이라 얘기죠.이 또한 고개가 끄덕여지는지요?
이 산 너머가 비봉면인데, 그 지명이 바로 이 비봉산에서 비롯되었다네요.
'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 > 시골에 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이야기 (0) | 2012.05.26 |
---|---|
메이데이가 예서는 '면민의 날' (0) | 2012.05.07 |
[스크랩] 집정리도 끝나고, 그럭저럭 자리 잡아 가네요 (0) | 2012.05.07 |
[스크랩] 첫소식에 대한 `보충설명`^^ (0) | 2012.05.07 |
[스크랩] 완주에서 첫소식 올립니다~ (0) | 2012.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