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7. 09:28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사실 제가 때로는 대책없는 놈이 돼놔서리...ㅠ.ㅠ
우리가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 '무작정 상경'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저같은 경우는 그 정반대에 해당합니다.
'무작정 탈경'...ㅎㅎㅎ
남아 있었대봤자 별 할 일도 없는 서울, 일단 뜨자.
그 동안 흥청망청 소비하고, 쓰레기 엄청 만들어냈으니, 이제
속죄하는 셈 치고, 시골로 내려 가서 먹거리도 생산하고, 깨끗한 산소도 생산해서
그 동안 받은 은혜에 보답하자...
뭐, 그런 정도가 이삿짐과 함께 싸들고 온 생각입니다.
그러니 이사를 해놓고도 딱히 계획된 일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부터 시골살이를 위한 심신의 준비를 해야 될 차례가 되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완주로 내려온 건 잘 한 선택 같더군요.
풍치도 풍치려니와 생태농업을 위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더라고요.
물론 이 고장에 직접적인 연고는 없습니다.
해서 지역경제순환센터, 농업기술센터 등지를 기웃대며
무작정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있습니다.
뭐, 귀농 또는 귀촌한 분들과 주로 어울리면서
정보도 나누고, 일손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귀농/귀촌인이 많더라고요.
처지가 비슷하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지요.
여튼 재밌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게
지천명이 되어서야 비로소 '생계형' 노동을 하게 된다는 거~^^;
사정이 이러니 살아갈 일과 관련해서는 딱히 알려드릴 게 없는 셈이죠.
굳이 현상황을 요약하자면,
'착지는 대충 안전하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약간 삐끗했다' 정도 아닐까 싶네요.
'삐끗'의 내용은 지난번에 얘기했고...
사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을 경우
이사할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게 애들 학교문제 잖아요.
전학문제가 마무리돼야 그 다음 진도를 나갈 수 있죠.
애들 놔두고 딴 일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
하여...
지난번에 애들 데리러 가는 바람에 미처 하지 못한 얘기 마저 할게요.
그 학교가 집에서 한 십리(4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자가용으로 등교, 하교 시키고 있어요. 나참~
우리 땐 그 정도 쯤 걸어서 다녔는데 말이죠.
전교생이 16명이라고 하니 좀 감이 안 오시죠?
저도 처음엔 이런저런 오해를 많이 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6명 모두가 한 교실에서
한 선생님한테 수업을 받을 텐데...
그럼 시간을 1/6로 쪼개서 하나?
아니면 교과과정과 상관 없이 선생님이 임의로?
그도 아니면 저학년반과 고학년반으로 나눠서 학급을 편성하나?
겪어본 적이 없으니 상상이 꼬리를 물 수밖에요.
하지만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더라고요.
한 학년에 한 반 씩, 여섯 학급이 편성돼 있습니다.
첫째 한이네 반은 여학생 2, 남학생 2 해서 모두 넷이고요,
둘째 한슬이네 반은 남학생만 두 명입니다.(한슬이가 전학하기 전에는 한 명!)
그런데...
놀랍게도 담임선생은 일반 학교처럼 학급당 한 명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복식학급'이라고 해서 두 학년을 한 학급으로 편성했대요.
40분 수업시간을 둘로 나눠 처음 20분은 1학년을 가르치고,
그 다음 20분은 2학년을 가르치는 식이었다더군요.
선생도 힘들거니와 아이들도 좀 그랬겠지요.
이 학교 교장 스스로가 그런 경험이 있어서 어떻게든 복식학급을 피하려고 노력해서
여섯학급을 편성하고, 담임선생도 보강했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렇다면?
맞아요. 이 학교 아이들은 거의 '개인교습', '독선생' 수준의 밀착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이 마침 학부모총회라서 둘째 아이 수업을 참관했는데...
학생 두 놈이 번갈아가면서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고, 질문하고...
30명쯤 되는 아이들이 선생님 질문에 "저요~ 저요~" 손들어
한 번 정도 발표할 수 있는 것에 견주면 이건 완전 특혜라 할 수 있겠죠.
아이가 이해를 못하면, 이해가 될 때까지 자세히 설명하겠지요?(안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수업을 하더라고요.
저로서는 그냥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수업 분위기가 대충 감이 잡힐 겁니다.
맨 왼쪽이 둘째 한슬이. 선생님 뒤로 대형TV(PC와 연결해서 시청각교육을 하는 용도로 쓰임)
요건 5학년 수업장면(학생 3명)
요건 첫째 한이(아래 오른쪽)네 6학년. 과학실험 중이고, 허리를 숙인 분이 담임선생. 노신사는 교장선생.
저도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그 때완 너무 조건이 달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고요.
참, 전교생 16명 중에 3명(4,5,6학년 1명씩)은 '산촌유학'이라 해서 수도권에서 내려온 아이들이래요.
1년에서 2년 정도, 부모와 떨어져서
이 동네 '고산산촌유학센터'에서 기숙하면서 말 그대로 유학하는 아이들이죠.
저는 이게 잘 동의가 안되지만, 당사자들(아이와 부모 모두)은 만족해 하더군요.
아무튼 아이들이 이 학교 다닌지 한 열흘 됐는데 일단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러 가지로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좀 안심이 됩니다.
뭐,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요.
첫소식에 대한 보충설명은 이 정도로 하지요.
시시콜콜한 내용을 글로 쓰려니 쉽지가 않아서리...ㅠ.ㅠ
말 그대로 '뉴스'가 생기면 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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