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7. 09:41ㆍ발길 머무는 땅/바람따라 구름따라
우리집에서 대둔산 방향으로 가자면 가설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4차선 17번 국도를 타게 됩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전국토의 도로화'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면서 옛날의 2차선 국도가 4차선으로 대체되었지요.
문제는 새로 뚫린 4차선 국도가 시간은 단축해주지만 옛 도로보다 운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근데요, 이 17번 4차선 국도는 주변 풍광이 제법 봐줄만 합니다.
이 길을 따라 한 10킬로미터 달리다 보면 경천면이 나오고,
용복주유소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한 4킬로미터 쯤 가면 신흥계곡이 나옵니다.
사실, 한 두어달 전에 한 번 가봤지요.
그때 우리 애들이 캠핑을 한다고 해서 보냈는데 다른 사정 때문에 일찍 데리러 갔더랬지요.
그땐 어둑어둑 할 때라 주변을 잘 보지 못했었는데...
다들 신흥계곡 얘기들을 많이 하시니 오늘도 한 번 들러봤습니다.
[1]
계곡초입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지고요.
급작스레 깊어지는 스타일의 계곡은 아닙니다. 좀 완만하다고 할까요...
전체 길이는 3~4킬로미터 될 듯 합니다만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더군요.
대부분 발목, 깊다해도 무릎 정도까지 차는 정도입니다.
계곡 중간지점에 둑을 쌓아아서 물을 가둬둔 곳-주변에 음식점 같은 곳이 있습니다-이 한 군데 있는데,
이 곳은 수심이 가슴까지 차오를 정도여서 물놀이도 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간단히 음식을 조리하면서 물놀이를 하기에 괜찮은 곳 같아 보였지요.
신흥계곡은 위 사진에서 보시는 한 곳을 빼고는 수량이 그리 많은 편이 못됩니다.
그래도 풍광은 괜찮습니다.
신흥계곡 주변 동네를 지나다보면 집집마다 옥상 위에 비닐하우스 비슷한 가건물을 지어 놓았습니다.
옥상이 아니라 평지에 대여섯 동을 지어놓은 집도 있는데요, 요게 뭐냐 하면 바로 '곶감 덕장'입니다.
'황택 덕장'의 그 덕장이고요, 곶감 말리는 집이란 뜻이지요.
상주곶감이 유명합니다만 몇 년 전부터 운주-동상-경천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운주곶감, 동상곶감이 명함을 내밀고 있습니다.
곶감 하나만으로도 많은 얘기거리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2]
사실, 천막을 치거나 평상을 얻어놓고 온종일 물놀이하다가, 고기 구어 먹을 요량이라면 신흥계곡도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신흥계곡 별 볼일 없다는 얘기냐...
뭐, 그건 아니고... 굳이 '덤'이 필요하다면 있기는 하죠. 바로 화암사입니다.
화암사는 신흥계곡 초입에서 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 속 깊숙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암사라... 뭔 얘기를 해야 할까요?(갑자기 울렁증이 생겨서리...^^)
절집 얘기부터 하지요.
먼저, 완주군에서 펴낸 관광안내책자에 나온 내용입니다.
"불명산 시루봉 남쪽에 있고, 뛰어난 주변경관으로 다시 찾게 만든다. 숲길을 따라 20분 정도 산을 오르면 폭포 위로 난 철계단을 올라서면 고색창연한 화암사가 나타난다. 천년고찰 화암사는 극락전과 우화루, 적묵당과 조사당이 입구자 형태로 건축된 특수한 구조다. 보물 663호 극락전은 명나라 건축양식을 수용한 우리나라 유일의 건물이다. 보물 662호인 우화루는 공중누각식 건물로 잔연적 지형과 조화를 이루어 선인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좀 길었습니다만, 저는 이 정도 사전지식으로 '우화루나 구경 좀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찾았습니다.
근데 우여곡절(?) 끝에 절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 곳 언저리에 빨려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자연석으로 야트막하게 쌓은 돌담을 지나자 제법 웅장해보이는 2층짜리 누각(우화루)이 나타나는데...
단청도 안 하고, 나무 생김새 그대로 기둥을 세웠는데 '퇴락한 아름다움의 정수'랄까요...
게다가 우화루 바로 옆에 요사채로 보이는 건물(나중에 보니 손님방이더군요)이 이어졌는데,
그 소박함이 가슴을 저미게 하더라고요. 뭐랄까, 속세를 등진 수도자, 그 '무심의 경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까...
제가 보기에 화암사를 싸고 도는 기운은 해탈, 초월, 무위 등속이었습니다.
그 흔한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은 말할 것도 없고, 족보에도 없는 행랑채(?) 한 칸이 도량에 드는 대문이라니...
비좁은 들머리를 지나면 일반절집의 대웅전에 해당할 극락전이 나타납니다.
보통은 넓다란 부지 석탑과 석등을 거느려야 마땅하지만 아무것도 없습디다.
마당 또한 여염집의 그것보다 좁아 보이더군요.
극락전 뒷뜰에서 요사채를 바라보는 순간 좀 울컥해지더군요.
부지가 좁은 탓인지, 다른 깊뜻이 스며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화암사의 가람배치를 보면 매우 옹색해보입니다. 아래 사진에서도 극락전과 요사채(적문당)의 처마가 겹쳐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화루도 마찬가지죠. 요사채에서 뻗어나온 굴뚝 두 개도 그렇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화암사는 694년(신라 효소왕 3년) 일교국사가 창건하였으며, 부분적인 중건 중수를 거쳐 1425년(세종 7) 해총(海聰)이 중창하였다. 불명산의 원시림이 병풍처럼 둘러 있으며, 이곳에서 원효, 의상대사가 수도하였고, 설총이 공부하였다고 한다.임진왜란으로 많은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국내 유일의 하앙식 건축양식인 화암사 극락전(보물 663), 한국 고대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화암사 우화루(보물 662)를 비롯해 화암사 동종(전북유형문화재 40), 화암사 중창비(전북유형문화재 94) 등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출처] 화암사 (花巖寺 )
여기서 잠깐! 다른 건 그렇다 치고, '국내유일'하면 또 그냥 못 넘어가는 게 인지상정이라... '하앙식 건축양식'이 뭔고?
1605년(선조 38년)에 지었다는데, 하항은 기둥과 지붕 사이에 끼운, 처마와 나란히 경사지게 놓여 있는 긴 목재랍니다. 하앙식 구조는 중과 일본에서는 많이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곳 하나뿐. 아래 사진에서 지붕과 처마 사이에 액자처럼 비스듬히 끼어있는 목재가 보이시죠? 그게 하앙이랍니다.
[3]
앞서 절집에 도착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건 뭔 얘기냐? 예, 그얘기를 하려고요.
신흥계곡 초입에서 한 5킬로미터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처음엔 흔히 보는 좁은 들길을 따라, 흔히 보는 마을 지나가게 됩니다. 물론 풍광은 괜찮고요.
한 2킬로미터 쯤 달리면 숲길이 나오고, 거기서 1킬로미터쯤 가면 아래와 같은 주차장 겸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왼쪽은 차도고, 오른쪽은 숲길이죠. 사진에 보이는 자동차 왼쪽이 주차장입니다.
보통은 오른쪽 숲길을 따라 한 2킬로미터 쯤 걸어가면 화암사에 도착합니다.(당연히 차로는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왼쪽길을 안내합니다.
초행자는 내비를 따르게 되고... 무심코 들어섰다가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얼마 안 가서 산꼭데기를 향해 꼬불꼬불한 급경사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지기 때문이죠.
식은땀 흘리면서 2킬로미터를 곡예운전해야 화암사에 도착합니다. 그것도 절 뒤쪽에...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팻말만 보이니 '이거, 낭패다' 싶지요. 그래도 용기를 내어 둘러보면 길을 찾을 수 있지요.
저 아래 양철지붕의 두 칸 짜리 헛간이 보이는데 가까이 갔더니만 이게 재래식 뒷간이더라는...
반가운 마음에 셔터를 눌렀는데 퀄리티가 그만...ㅠ.ㅠ
뒷간 옆에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조금만 가면 우화루가 나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위치가 짐작이 되겠지요.
저 앞에 보이는 게 뒷간이고, 사진 오른쪽이 우화루입니다.
그런데, 아까 그 갈림길에 주차를 하고 오른쪽 숲길을 따라 걸어서 올라오며는...
철제 147 계단을 거쳐...
너무나 예쁜 폭포를 만나게 되고...
개울 너머 저만치 우화루 지붕이 보이고...
마침내 나무다리를 건너면 우화루와 입구로 통하게 되는 거죠. 아래 사진 왼쪽이 뒷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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