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화암사 극락전 국보승격 기념 작은음악회에 방금 다녀왔습니다

2012. 5. 7. 09:45발길 머무는 땅/바람따라 구름따라

국내 유일의 '하앙식 건축양식'인 극락전이 들어서 있는 불명산 화암사.

지난 여름에 잠시 소개한 적이 있었던 그 절 말인데요...

얼마전 그 극락전이 보물 663호에서 국보 319호로 '승격'됐다네요. 

승격(昇格)이라... 격이 높아졌단 뜻이지요.

이를테면 보물보다는 국보가 급이 높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전통문화제는 저마다 격이 다 다른 모양입니다.

보물도 안 되면 지역유형문화제, 그 아래로도 또 다른 급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되...

아무튼 저는 문화제에도 계급을 부여하는 관리제도가 영 맘에 들지 않지만서도...

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해서...

이 고장 사람들, 국보 승격에 신이 났더라고요.

오늘, 그 기념 잔치를 한다고 문자를 세 번 씩이나 날리더라고요.

우린 또 그런 짓거리가 밥맛인지라...

그런가보다, "패스" 하고 있었는데...

어젯밤 어떤 이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거기 갈 거죠? "

하여, 간만에 그 사람 얼굴도 볼겸 해서 오전 10시부터 하는 행사엘 다녀오게 됐다는 말씀.

근데 예상 밖으로 훌륭한 나들이가 되었네요.

 

지난 여름, 네비가 가리키는 대로 차도로 가는 바람에 지나친 그 진입로를

오늘은 아이들하고 함께 걸어 올랐습니다.

대략 20분 정도 걸린 그 바윗길... 좋았습니다.

겨울이라선지 폭포의 물줄기는 확 줄어, 쫄쫄 거리고 있더군요. 

국보로 승격된 탓인지, 옛 뒷간 뒤편에 수세식 화장실을 짓고 있대요.

극락전 마당에 도착하니 작은 음악회가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출연지이라고 해봤자 이 고장 동호회 사람들...

시조창에, 한시 낭독, 오카리나 연주, 대금연주, 노래 공연...

발라드 풍으로 시작해 어느 순간 요란 뽕짝리듬까지...

1400년 동안 고요 속에 파 묻혀 있던 산사에 경천동지....

온갖 풍악소리에 들썩들썩!  

그나마 안도현 시인이 자작시 '화암사.....'를 낭독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장면!

 

그런데 때 맞춰 함박눈이 내려주니 분위가 살아나더라고요. 

모처럼 놀토를 맞이하여 늘어지게 늦잠 좀 자려던 아이들,

꼭두새벽부터  난리를 피워 깨웠다며 투덜거리더니만...

때 맞춰 내려준 함박눈 덕분에 한결 기분이 나아진 표정이더군요.

 

오늘 행사를 주최한 완주문화원이 제공한 점심.

생두부에 산나물, 차디찬 막걸리... 꿀맛!

이 글에서 막걸리 냄새가 풀풀~ 나지 않나요~ㅎㅎㅎ

 

 

 

 

화암사 진입로 147계단을 헉헉대며 오르는 모녀

 

 

시조창

 

오카리나 연주

 

자작시 '잘 늙은 절 화엄사'를 낭독하는 안도현 시인.\

 

 

 

잘 늙은 절 화암사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 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채
그 절집 안으로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은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노래 공연이 한창 펼쳐지는 와중에 소담드런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출처 : 중앙문리대사람들
글쓴이 : 차남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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