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0. 20:46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열흘 넘게 '작전명-피말리는 아침' 전황보고를 하지 못했다.
전투가 중단됐었느냐면 그건 아니다. 그 새에도 크고 작은 교전이 일곱 차례나 있었다. 그러면 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원고지구' 전투를 지원하느라 보고할 겨를이 없었고 해야 겠다.
이제 원고지구 전투가 거의 마무리 되었으니 우선 중간보고를 하려한다.
잘 알다시피 요 근래 비가 많이 내렸다. 태풍이 지나가기도 했고.
비가 내리면 교전을 할 수가 없다. 이게 논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한계다.
자고 나면 출전을 하리라 철석같이 다짐을 했어도, 눈을 떴을 때 후두두둑 들리는 빗소리에는 제 풀에 주저앉는다.
솔직히 이보다 더 시급한 원고지구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겠다 싶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비가 없는 아침이나 저녁이면 으레껏 출정가를 울려왔다.
왜 아니 그러랴. 하루가 다르게 적들의 기세가 등등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 민간인들 또한 기죽지 않고 튼튼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저들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는지 이제는 민가에 깊히 뿌리를 박고 있다.
그러니 말그대로 저들을 근절하기가 날이 갈수록 더 힘에 부치는 거다. 당연히 작전시간도 늘어난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틈을 낸 운영 씨가 이끄는 해마루중대가 전투를 지원했다.
그러나 한 나절만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철군하고 말았다. 그만큼 적들은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피말리는 아침 작전 개시 전
작전이 끝나 피무리 잔당을 소탕한 구역. 그새 자귀나무 꽃이 많이 졌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은 잇달아 출전을 했다. 드문 일이다.
저녁나절은 전투를 치르기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따른다.
한낮을 달궜던 열기가 해가 진다고 해고 금새 식지를 않는다. 뭐, 그거야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하던 일을 마저 끝내지 못했다든가, 6시 쯤에 점검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저녁교전은 길어야 1시간 반 정도다. 8시를 넘어가면 피아가 구분이 안 되므로.
그런 가운데서 저녁과 아침, 연거푸 교전을 치른 건 사실 상당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마음이 급해졌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열 번 정도 전투를 치렀음에도 탈환한 영역은 절반 남짓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앞으로도 열흘 남짓 지나야 이번 작전이 완료된다는 얘기다. 그럼 8월초다.
잔당들은 그때까지 또 얼마나 강해지고, 민가에 뿌리를 내릴 지 모른다. 아무튼 싸움은 더 어려워 질 게 뻔하다.
일을 서두르게 되고, 그러다보니 민간인 사상자도 여럿 생겼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풀벌레들이다.
얼마전부터 풀잎을 양식으로 삼는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직 날개가 돋지 않는 유충들이라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이 안 되긴 하지만,
얼핏 메뚜기, 섬서구 메뚜기, 풀무치, 방아개비 등속과 거미류, 실잠자리는 그나마 알아 볼 만하다.
어느 순간 어깨가 따끔해서 돌아보면 침파리란 놈이 피를 빨고는 냅다 줄행랑을 치고 있다.
이 놈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집중적으로 살펴볼 기회를 갖기로 하고...
한참 교전을 벌이다가 잠깐 숨을 고르노라면 이 놈들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스르르르, 찌르르르, 뜨르르르.... 교향곡을 틀어낸다.
그나마 오늘아침은 햇빛이 약해서 나타난 풍경인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작전이 끝날 때까지 이 교향곡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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