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페이스북을 어찌할꼬?

2012. 12. 2. 17:46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어찌하다가 '페북질'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필연이나 구상보다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물흐르 듯 살고 있다는 뜻인가? 아무튼 페이스북 또한 우연에서 비롯됐다.

 

달포 전, 3년 가까이 써온 2G 슬라이드폰이 수명이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오랜 경험에 비춰 회생이 사실상 어려움을 직감하고, 재빨리 새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 다음날 큰 아이 일로 전주에 나갈 일이 있어 그 참에 스마트폰으로 갈아 탔다. 그건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 아닌가. 2G폰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설령 웬만큼 공급된다 해도 이미 흐름이 바뀌었는데 굳이 그걸 고집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내가 이제사 스마트폰을 쥐게 된 것도 어찌보면 우연의 산물이다. 지금은 둘째 아이 장남감이 돼버린 그 슬라이드폰만 해도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막 나왔던가, 앞두고 있을 때 개비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얼리 어댑터'였다면 조금 기다렸다가 아이폰으로 바꿨을 거다. 하지만 난 얼리 어댑터와는 거리가 멀다. 워낙 기계치인데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 새 것에 심드렁한 편이다. 하여 끝물에 가서야 겨우 그 효용을 알아채거나 뒷북이나 치는 게 고작이었다. 

 

'온라인 소통'도 그렇긴 매 한가지. 언젠가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서비스가 세상을 휩쓸고 있을 때도 그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었다. 이어 미니홈피, 블로그 따위 자기를 알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개인 사이트가 붐을 이룰 때도 심드렁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체(종이신문)를 편집할 때였으니, 또 다른 매체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터다. 그러다 한때 '싸이질'에 뛰어들기도 하고, 이 블로그를 열기도 했지만 사실 소통보다는 '심심파적'이 주목적이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던 이 블로그를 다시 가동한 것 또한 아직 한 해도 지나지 않았다. 그 때는 그나마 심심파적보다는 농사일을 기록해야 겠다는 목적의식이 컸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또한 세상 사람들의 온라인 소통 수단이 SNS로 흐름이 바뀐 뒤였다. 그러니 이 블로그는 마치 심산유곡에 자리 잡은 산사처럼 고요했던 게 당연하다. 그나마 처음 얼마 동안은 설익은 블로그가 널리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벼농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은 지금, 그걸 널리 알리고자 해도 고요하긴 마찬가지다. 온라인 소통의 흐름이 변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거다.

 

한편 '고요한 블로그'라도 그런 대로 만족할 수 있었던 건, 소통하고픈 욕망이 그리 간절하지 않았던 탓이다. 절실했던 건 관계보다도 스스로 자리잡고, 뿌리를 내리는 일이었을 테니. 그랬는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달라졌다. 물론 계산하거나 기획해서 그리 된 건 아니다. 이 또한 어쩌다 벌어진 일이다. 그 시작은 알다시피 <함께하는 품>에 '새내기 농사꾼의 삶'을 연재하는 거였다. 그 얼마 뒤 한해 농사를 갈무리하게 되었고, 그 결실을 벗들과 나누게 되었다. 그러자면 그 동안 걸어두었던 관계망의 빗장을 풀어야 했다. 그 수단은 온라인 매체가 아니고 이제는 '원시적인' 통신수단이라 할 문자메시지. 스마트폰으로 갈아 탄 직후여서 편리한 여러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떤 자리에선가 '지금은 페이스북이 대세'라는 말이 귀를 스쳤다. 트위터의 엄청난 위력은 그나마 알고 있었으나 내게는 딱히 필요치가 않은 서비스였다. 페이스북 또한 그와 비슷한 어떤 걸로만 알고 있었지 그 전모를 한 번도 겪어본 바 없었다. 막연히 SNS를 이용하려면 스파트폰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니... 이제 그 스마트폰이 생겼겠다, 관계망의 빗장도 풀었겠다, 게다가 '농한기'이니 그닥 바쁠 것도 없겠다, 그걸 직접 해볼 일만 남았던 셈이다. 지난달 하순, 일단 페북에 가입만 해뒀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장이니 당연한 일이다. 쌀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지난주 초, 기초사용설명을 검색한 뒤 프로필과 커버 사진을 올리고, '친구찾기'에 나섰다. 처음엔 낯을 가리느라 지금까지 계속 교통해온 사람부터 '추파'를 던졌다. 그리고는 놀라 자빠지고 말았다.

 

반응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이다. 도통 정신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고, 현란하기까지 했다. 쉴 새 없이 스파트폰을 울리는 알림소리는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거 참 신기하다. 뉴스피드라는 공간을 수놓는 어젠더, 이슈, 소소한 이야기 들은 피를 끓게 하고, 애를 끓게 했다. 거의 2년 만에 맞닥뜨린 이 펄떡이는 상황이 '나의 현실'이 아님을 깜빡 잊을 만큼.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한편으론 허탈해졌다. 처음엔 '돌아온 탕자'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그건 결코 실제상황이 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저 현란한 뉴스피드에 내가 올릴 수 있는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아직 페이스북에 익숙치치 못하다'는 얘기를 변명처럼 담벼락에 내 걸었다. 역시 내게 익숙한 건 고요한 산사 같은 이 블로그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그머니 그곳에서 물러나오는 일만 남았나? 글쎄다. 어디 해 본 것이 있어야 물러나오지. 온라인 소통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활개를 치고 그런 건 아니지 싶다. 그저 가만히 '눈팅'만 하다가, 쭈뼛쭈뼛 간단한 대글을 달고, 그러면서 담이 커지면 제 얘기도 하게 되는 거 아니던가. 그러니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