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하얗다
2012. 12. 7. 16:24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눈 다운 눈이 내렸다.
몇 일 전 내린 첫눈 같지 않은 첫눈에 살짝 실망(?)했더랬다. 그랬더니 보란 듯이 펑펑 쏟아부었나 보다. 그날 내리다 만 듯한 눈발이 뿌려져 있던 이웃집 배추밭. 가만히 보면 밑동만 남아 있는 놈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멀쩡한 놈들은 하나 같이 고갱이가 들어차지 않았던 그 배추밭. 윤달이 두번이나 끼어서 동네 어르신들이 농사철을 헷갈리는 바람에 김장배추로 간택되지 못한 그 배추밭도 눈 속에 푹 파묻혔다. 그래도 저 배추를 먹을 수 있는지... 그것까진 모르겠다. 하다 못해 집짐승들 먹이라도 할 수 있겠지.
아무튼 눈을 뜨니 밤새 세상이 바뀐지라.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섰다. 온 누리가 하얗다. 저 멀리 보이는 산줄기도, 가까이 보이는 집들, 나무들도 검은색 테두리로 형체만을 알려줄 뿐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 썼다. 을씨년스럽던 풍경들이 한 순간에 장엄한 모습으로 둔갑했다.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보았던 티벳 고원지대의 그 황량한 추위와는 또 다르게 텅~ 울림을 주는 장엄함. 같잖은 감탄조를 붙이는 것이 외려 구차한, 모노톤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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