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학교'의 공개수업

2013. 5. 27. 13:15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오후 2시부터는 두번째 못자리를 만드는 작업이 예정돼 있다.
뜻밖에 생긴 짬을 내 엊그제 있었던 둘째 아이(초등학교 6학년) 공개수업 얘기나 해야 겠다.

이 학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수업이 공개된다. 하지만 혼자서 수업광경을 지켜보는 건 아무래도 '뻘쭘한' 일일 테니 간담회(상담)를 겸한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을 몇 차례 한다. 올해 들어 벌써 두번째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가 예전해 경험했던 '공개수업'의 작위적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교사도 아이도, 뒷자리에 앉아 있는 부모들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이따금 다가와서 뭐라 얘기를 주고 받을 뿐.

 


우리 아이 반의 공개수업은 5~6교시 '블록수업'으로 '독도'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학습이 진행됐다. 아이들이 지닌 의문을 바탕으로 탐색해가는 방식이다.

교실에 들어서니 이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사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분쟁지역화' 같은 개념을 설명함으로써 아이들의 사고를 돕는다.

웬만큼 틀이 잡히자, 이번에는 4인 1조, 모둠별 토론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왁짜지껄,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는 저마다 한 장 짜리 과제물을 완성하고, 차례대로 교사의 검토를 받는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자 다들 2층에 있는 컴퓨터실로 자리를 옮겼다. 인터넷을 이용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필요한 내용을 찾은 뒤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완성된 보고서는 학급 홈페이지의 해당 자료실에 올린다. 이것으로 공개수업은 끝이 났다.

격세지감이랄까. 교실 분위기부터가 우리 때하고 너무 다르다. 수업시간 내내 저희들끼리 떠드느라 왁짜지껄.
교사의 "조용히 해!" 소리가 여러 번 나왔을 법한데,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수업이 끝난 뒤 진행된 집단상담에서도 교사-학부모 사이에 있을 법한 '격식'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상담에서는 '이성교제', '스마트폰 규제' 따위가 비중 있게 거론됐지만 학력문제에 관심 있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에, 열 명 가까운 학부모들과 상담을 한다는 건 처음부터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의미가 없다거나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학부모들은 심심찮게 서로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볍씨를 모판에 담기로한 작업시간이 다가오면서 전화벨이 울려대 교실문을 들락날락, 안절부절이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으니 어서 자리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심전심이었는지 누군가 말머리를 돌려주는 바람에 집단상담은 끝이 났다. 자건거 패달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