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6. 10:43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오늘에서야 모내기를 ‘모두’ 마쳤다. 지난 6월12일부터 시작했으니 20일 넘게 걸린 셈이다.
‘무슨 모내기를 그리 오래…’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맞다. 서른 마지기(6천평) 논에 이앙기로 모를 낸 기간은 사흘 남짓이었다. 하지만 모내기라는 게 기계이앙이 다가 아니다. 모내기를 하고 나면 ‘이빨 빠진 옥수수’마냥 군데군데 모가 심어지지 않은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곳을 찾아 사람 손으로 일일이 모를 꽂아 넣어야 하는데 이를 ‘모 때우기’라 한다.
농사꾼에 따라 또는 형편에 따라 모 때우기를 건너뛰기도 하고, 심한 곳만 때우고 마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가 그랬다. 그 무렵, 책 원고마감이 초읽기에 몰리는 바람에 건성으로 모를 때우고 말았다. 그러나 한 톨이라도 더 거두고 싶은 게 농사꾼 마음이니 웬만하면 꼼꼼히 때우게 되어 있다.
“아, 꽂으며 꽂은 만큼 먹는다고 혔응 게 열심히 꽂아~! 쩌~그 가상에 말여, 고속버스 지나 가겄고만 왜 그냥 뒀어? 어여 꽂아~!”
가릅재 논 모를 때우다 마주친 동네 이장님 ‘훈수’가 아니라도, 일단 모 때우기에 들어가면 빈 틈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다보니 사흘 걸려 모내기 한 논 때우자고 보름 넘게 잡아먹은 것이다. 셈을 해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 때우기를 끝낸 논 풍경
푹푹 빠지는 논바닥을 꾸부정하게 걷다가 빈틈이 눈에 들어오면 모 포기를 내리꽂는 단순반복작업!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땡볕 쬐는 두 어 시간을 빼고 종일 매달리다 보면 땀으로 목욕을 한다. 그 뿐인가. 허리는 뻐근, 무릎과 발목은 시큰, 논바닥에 푹푹 빠져 있던 발은 저릿저릿… 해거름에 집으로 돌아오면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어버린다. 올해 농사가 시작되기까지 ‘놀기에 바빴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일까?
아무튼 모내기가 다 끝났으니 올해 벼농사도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올해는 예까지 오는 동안 우역곡절이 유난히 많았다. 못자리를 망치는 바람에 씨나락을 두 번 담그고, 모내기도 두 차례로 나누어 했던 일이며, 그 와중에 벌어진 갖은 사고까지, 마치 전쟁 치르듯 모와 씨름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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