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6. 10:55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이윽고 때가 되어 모를 내기에 이르렀다. 망쳐버린 못자리 가운데서 그래도 쓸 수 있는 모판이 절반 남짓 되었는데 이 놈들부터 먼저 심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모내기 하는 방식은 일반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모판부터 4백 여 개의 작은 볍씨방(포트)으로 이루어진 포트모판을 쓴다. 포트모판에 모를 기르면 뿌리가 튼실해져 모내기 뒤 빠르게 활착한다. 모판이 다르니 이앙기 또한 그 구조나 작동원리가 다르다. 무엇보다 크게 자란 모도 어렵잖게 심을 수 있어 ‘우렁이농법’에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모트모이앙기가 완주군을 통틀어 단 한 대밖에 없다는 점. 농업기술센터가 일본에서 수입해 친환경 벼작목반에게만 빌려주고 있다. 때문에 해마다 모내기철이 되면 포트모판에 모를 기른 농가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또 다른 어려움은 이 이앙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일반이앙기와 구조가 달라 조작법이 낯선 탓이다. 게다가 지난해 이앙기를 몰았던 은종 씨가 올해는 서울로 돈 벌러 간다는 거 아닌가. 은종 씨만 바라보던 이들은 비상이 걸렸다. 광수 씨를 비롯해 셋이서 무턱대고 찾아가 ‘읍소’를 했더니만 마음 약한 은종 씨는 마지못해 서울행을 늦추겠노라 했다. 그 바람에 첫 번째 모내기(12마지기)를 어렵잖게 마칠 수 있었다.
한편 몇 십 명이 죽 늘어서 못줄의 빨간 꽃술에 맞춰 모를 심는 ‘줄모’는 이제 사라진 풍경이 되었다. 이따금 ‘모내기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명줄을 이어갈 뿐이다. 우리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도 해마다 ‘단오맞이 한마당’ 행사를 여는데,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 바로 모내기 체험이다. 5-6학년은 손수 모내기를 하고, 3-4학년은 새참 국수를 나르고, 1-2학년은 모내기 모습을 구경한 뒤 논에 우렁이를 넣도록 하고 있다. 올해도 체험행사가 열린 논바닥에서는 재잘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재미있는 건 “이 논에는 진짜 거머리 없어요?” 몇 번 씩 되묻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거머리가 어찌 생겼는지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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