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6. 10:59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첫 모내기를 끝내고 열흘이 지나 두 번째 모내기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정작 이앙기를 몰 사람이 없다. 은종 씨는 첫 모내기가 끝난 뒤 그예 서울로 떠나버렸단다. 다른 ‘기사’를 수소문 해봤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 내가 손수 이앙기를 몰 수 밖에.
모내기 이틀 전, 이앙기를 몰고 있는 성호 씨한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니 당장 그리로 오란다. 이앙기 조작법을 일러주겠다고. 뾰족한 수가 없어 그 길로 찾아가니 조작법을 설명하고, 이앙기에 동승해 시범을 보여준다. 조작법은 뜻밖에 간단했다. 느리게 기계를 몰면서 조작하면 그리 어려울 거 같지는 않았다.
모내기 하루 전에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오후 4시쯤, 생각보다 일찍 작업이 끝났으니 이앙기를 받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트럭 짐칸에 사다리를 걸치고 이앙기를 실었다. 첫 관문부터 위험한 운전을 하니 바짝 긴장이 된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몸도 마음도 영 껄쩍지근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밤실 두 배미에 도착해 모내기를 시작했다.
이앙기를 느린 속도로 몰아가니 작업이 어렵지는 않지만 들쭉날쭉, 삐뚤빼뚤 참 가관이다. 이앙기를 몰면서도 전후좌우 살펴가면서 대처해야 하는데 줄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방향전환을 할 때는 식부장치를 들어 올려줘야 하는데 그걸 자꾸 까먹어 논바닥이 엉망이다.
게다가 기계작업을 거들어줄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모판을 나르고, 선반에 올리고, 조작까지 하다 보니 시간이 곱절이나 든다. 심지어 이앙기 작업을 중단하고 못자리 배미를 채우고 있는 모판과 그물망, 부직포까지 걷어내야 했다. 하여, 하루면 너끈할 일이 이틀 하고도 반나절이나 걸려 끝났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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