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6. 11:04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끔찍한 건 작업만이 아니었다. 나는 기계를 다루는 데 몹시 서툴고, 무서울 때도 있다. 자동차 접촉사고를 많이 내는 바람에 새 차를 사면서 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을 거절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또 하나, 운전면허는 ‘1종보통’인데 줄곧 자동변속기(오토)차량만 몰다보니 수동변속기(스틱) 차량을 몰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농사를 짓다 보니 트럭을 쓸 일이 적지 않다. 문제는 트럭이 대부분 스틱차량이라는 점. 운전이 불가능하니 트럭을 가진 운영 씨한테 신세질 때가 많았다.
그러다 이번 모내기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손수 트럭을 몰게 되었다. 1차 모내기를 앞두고 성호 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모판이 1백 개 남짓 남으니 필요하면 갖다 쓰라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모판이 모자랄까 걱정했는데 웬 떡이냐 싶었다. 당장 실어가란다. 그렇잖으면 작업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운영 씨한테 전화를 했더니 다른 일을 하고 있어 도저히 트럭을 몰 수 없는 상황이란다. 난감한 노릇이지만 다른 수가 없다.
“그럼, 트럭만이라도 넘겨주면 내가 어찌어찌 해볼게…”
운전면허 연습할 때의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리며 아주 느린 속도로 트럭을 몰았다. 몇 번이나 시동을 꺼뜨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모판 1백 개는 무사히 실어올 수 있었다.
사고가 터진 건 1차 모내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역시 트럭으로 모판을 실어 나르던 중 좁고 울퉁불퉁한 샘골 둑길을 지나다 그만 수로에 처박히고 말았다. 트럭이 뒤집히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급히 견인차를 불렀으나 도착한 사고처리 요원은 둑길이 좁아 견인차 한 대로는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비가 내려 미끄러우니 햇볕이 난 다음에나 어찌 해볼 수 있겠단다. 결국 이틀 뒤 견인차 두 대가 출동해 한 시간 남짓 진땀을 빼고서야 트럭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트럭과 나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뒤, 밤실의 좁은 둑길에서 역시 모판을 실어 나른 뒤 후진하다가 이번엔 뒷바퀴 한쪽이 미끄러졌는데 아무리 가속패달을 밟아도 겉돌기만 할 뿐이다. 결국 다음날에야 견인차를 불러 꺼낼 수 있었다.
트럭만이 아니다. 기계치한테는 이앙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2차 모내기 첫날 이앙기를 몰다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리 기를 써도 빼낼 수 없고 자꾸만 시동이 꺼진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으니 덜컥 겁까지 난다. 이앙기에 실은 모판을 죄다 끌어내리고 나 또한 이앙기에서 내려 시동을 거니 조금씩 움직인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운이 쑥 빠진다.
그 다음날에는 이앙기에 모판을 잔뜩 싣고 논으로 들어서려다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일으켜 세우려 용을 써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30분 남짓 실랑이를 벌이다가 선반에 잔뜩 실은 모판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조금씩 움직인다. 그 와중에 물장화가 찢겨나가고, 정강이는 타박상을 입어 아직도 여기저기가 멍들어 있다.
아무튼 없으면 불편하고, 나 같은 기계치에겐 너무도 위험한 물건이 바로 농기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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