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리 시작...

2013. 7. 8. 23:59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 피사리 시작...

    오늘부터 피사리가 시작됐다.
    지난해... 피 때문에 얼마나 고달팠던가!
    두 달 가까이 '피말리는' 전쟁을 벌였고...
    피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으로 몰아간 그 무모함 때문에
    급기야 피사리를 마무리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
    피사리는 너무도 뚜렷한 생채기를 남겼다.
    그런데...

    피사리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오늘 시작된 피사리는 너무 싱겁게 끝났다.
    지난핸 4마지기(800평) 피사리에 한 달이 걸렸는데,
    오늘은 15마지기(3,000평)를 단 한 시간 만에 끝냈다!!!
    당최,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모내기를 전후해 가뭄이 심했으니
    피가 '창궐'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주문을 외다시피 작정하고 모내기를 전후해 물을 깊이 댔다.
    산소공급을 가로막아 피가 싹이 트지 못하도록,
    싹이 트더라도 산소부족으로 사그라들도록...
    하여, 피가 맥을 못추는 가운데 왕우렁이까지 달겨들어 그나마 뜯어먹으니
    견디기가 힘들었겠지.
    하여, 써레질 할 때 수평이 안맞아 솟아오른 곳에만 피가 살아남았다.
    이 살아남은 놈들을 뽑아내는데 고작 1시간 밖에 걸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내일부터는 나머지 15마지기 피사리가 이어진다.
    모를 때우면서 살펴본 바로는
    이 또한 심하지 않은 상황.
    1시간은 넘게 걸리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면 너끈 할 듯 하다.
    솔직히, 이런 '과감한' 얘기가 '입방정'이 될까 겁난다.
    지난해 피사리에 얼마나 혼쭐이 났던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설령, 피사리가 내일을 넘긴다 한들 또 어떠랴...
    지난해를 생각하면... 괜찮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