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2013. 7. 7. 23:59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 헐~ 허리가...

    역시 무리를 했나. 그예 탈이 나고 말았다.
    어제 아침, 일찍부터 멍석망(나락을 말릴 때 쓰는 그물망)을 손질했다.
    멍석망은 나락 말리는 데 쓰는 물건이지만,
    못자리를 할 때는 두둑에 깔고 그 위에 모판을 얹는다.
    모가 땅 속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못자리를 철거하면서 급한 대로 논두렁에 쌓아 두었었다.
    모를 다 때우고 어제서야 정리하기 시작했던 것.
    멍석망에 붙은 큰 검불을 떼어내고 가지런히 개키던 순간.
    갑자기 허리가 삐끗.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거북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외려 갈수록 통증이 생기고 움직이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급기야 집안에서 걸어다녀도 뜨끔뜨끔 거북하기만 하다.
    다시 논으로 나가는 걸 포기했다.
    게다가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가볼 생각이 들었다.
    그게 오후 두 세 시쯤.
    동네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용한 한의원'을 물으니 봉동 버스터미널 근처 어디로 가보란다.
    몸이 거북한 대로 차를 몰고 도착하니 헐~ 토요일... 진료시간(오후 1시)이 지나 문이 잠겨 있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다른 한의원이라도 문 연 곳이 있다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삼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의원이 하나 눈에 들어 들러봤지만 역시 문이 닫혀 있다.
    잠시 뒤 또 한 곳이 나타났는데 다행이 문이 열려 있다.
    희끗한 '꽁지머리'의 50대 원장이 문진을 한다.
    "무거운 걸 들지 않았는데 삐끗했다면, 그 전에 피로가 쌓였던 거 아녜요?"
    "예, 한 20일 동안 모내기 하느라 좀 무리를 한 편이죠"
    "흠... 과로 끝에 근육이 뭉친 게로군요. (간호사를 향해)거기 좀 뎁혀 놔라!"
    내 신상을 놓고 몇 가지 객쩍은 대화가 오간 뒤
    이윽고 뜨거운 팩 위에 허리를 지지는 가운데 처치가 시작됐다.
    팔 다리와 얼굴 몇 군데에 침을 놓고,
    얼마 뒤에는 허리 부위를 무슨 자동기계로 세게 주무른다.
    그 다음은 피를 뽑는지 부황을 뜨는 느낌.
    파스 한 장을 붙이는 것으로 처지가 끝났다.
    내내 엎드린 상태라 어떤 처지를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 상태가 한결 나아진 느낌.
    아침 일찍부터 다시 비가 내리고...
    어제 정리하다 만 멍석망이 생각나 조심조심 나가봤다.
    천천히 움직이니 일을 할 만 하다.
    내리는 빗물에 흙이며, 검불을 씻어낼 요량으로
    멍석망 세 개를 바닥에 길게 펼쳐놓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 바쁜 철에 혹여 며칠 동안 손놓고 있어야 하나 걱정이 컸다.
    다음 '코스'로, 심하진 않지만 '피사리'가 기다리고 있는데...
    허리가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