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기적'
2013. 11. 9. 09:22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이 또한 기적이라 할 것 같다.
오늘, 마침내 벼수확을 모두 끝냈다.
물이 차서 질척거리던, 하여 절반가량을 일일이 낫으로 베었던
문제의 죽산 배미를 콤바인으로 털어버린 것이다.
지난 일요일, '여인군단'과 더불어 벼를 베서 묶고 세워놨지만
마음 한 켠에선 불안했던 게 사실.
과연 콤바인 작업을 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수확철은 이미 끝났고, 콤바인은 대부분 청소를 거쳐 입고된 상태.
'코딱지' 만한 네 마지기를 수확하려 그걸 다시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해주겠다는 이가 없었다.
오늘 아침에도 논이 있는 옆마을 죽산까지 찾아가 하소연해봤지만
콤바인 임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젠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볼 곳에 전활 걸었다.
그냥 옆마을도 아니고, 논에서 20리나 떨어진 '강 건너' 마을 분이다.
어렵싸리 얘기를 꺼냈는데, 뜻밖에 군소리 하나 없이 오케이!
오늘 오후, 시간이 나는 대로 해주겠단다.
무엇보다 선한 마음씨 때문이지만, 친환경 벼작목반 회장으로서 사명감 같은 것도 작용했을 듯하다.
작업은 실제로 2시가 조금 넘어 시작돼 두 시간 남짓 걸렸다.
커다란 나락통을 절반 넘게 채웠다.
'앓던 이' 때문에 두 번 째 신세를 진 셈이다.
"고맙습니다. 장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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