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6. 21:42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고추모를 부었다. 두 번째 고추농사가 시작된 셈인데, 지난해와는 여러 모로 다른다.
무엇보다 '자연농'에 한결 가까워졌다. 전남 곡성에서 구해온 재래종 고추-칠성초와 곡성초-일 뿐더러 꼬투리에서 직접 씨를 받았다. 화학요법으로 소독해서 은박봉지에 담아 파는 씨앗을 사다가 부은 지난해와 출발부터 다른다. 더 신경이 쓰이고, 손도 많이 갈 수밖에 없지 싶다. 사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했는데도 확신이 들지 않아 불안했었다.
나흘 전인 지난 22일, 씨앗을 얼마간 물그릇에 담가뒀다가 물을 축인 무명주머니에 싸서 따뜻한 방바닥에서 담요를 덮어두었더랬다. 들은 바로는 48시간 정도 지나면 촉이 튼다고 했는데, 어제 아침까지도 트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야 텄다고 연락이 왔고, 오후 시간에 씨를 넣었다.
막상 모를 부으려고 보니 촉이 트지 않은 씨앗이 꽤 된다. 다 틀 때까지 기다리자면 이미 촉이 튼 놈들이 웃자랄 테니 그냥 모판에 넣기로 했다. 벼농사용 모판 4장에 먼저, 시험지를 깐 뒤 상토를 가지런히 부었다. 시험지는 물이 금새 빠져나가 상토가 쉬 말라버리는 걸 막으려 까는 것. 상토를 깐 모판을 방안으로 옮긴 다음 촉이 튼 씨앗을 넣었다. 그 과정을 보면 이렇다.
한 줌 씩 쥐어서 서로 겹치지 않고, 골고루 퍼지도록 조심조심 뿌린다. 씨를 다 뿌리면 상토를 흩뿌려 얇게 덮는다. 그 다음엔 화초용 스프레이로 가만가만 물을 뿌려준다. 방 한켠으로 모판을 옮겨 비닐을 덮고 얇은 담요를 덮어준다. 주변 온도는 섭씨 25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 눈을 틔워서 모판에 붓는 일은 정 목사 댁에서 했다. 고추모판은 그 집 안방 한 쪽을 차지한 채 싹을 틔우고, 순과 잎을 올릴 것이다. 잎이 서 너장이 되면 비닐하우스로 이사를 해서, 본밭에 아주 옮겨심을 때까지 몸집을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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