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죽다니...

2014. 2. 24. 18:40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오늘 아침나절은 봄기운이 완연했고,
닷새 전 미처 마무리 못한 양파밭 풀매기를 끝냈다.
오늘따라 안개가 낀 듯 상공이 뿌옇더니
뉴스피드에 '미세먼지' 얘기가 많이 눈에 띈다. ...
대륙에서 누런먼지가 또 날라온 모양이다. 아무튼...

운영 씨네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다시 씨를 묻은 고추모종을 살피려 함이다.
그새 틈도 없었거니와 뭐 좋은 일이라고
동네방네 떠들어댈까 싶어 알리지 못했는데,
한 달 전 부었던 칠성초, 곡성초 모종이
실은 모두 죽어버렸더랬다.
그 까닭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모종을 돌보던 분이
물을 너무 많이 뿌린 게 화근이었던 모양.
급히 진안에 사시는 분한테 칠성초 씨앗을 구해
눈을 틔웠지만 이번엔 눈도 트지 않았단다.
온도가 너무 낮지 않았는가 하는 사후분석이 있었다.
그럼 오늘 살펴본 고추모는?

염치를 무릅쓰고 곡성 이재관한테 손을 벌려
칠성초 씨앗을 다시 택배로 공수했단다.
서둘러 눈을 틔운 뒤 이번엔 씨를 넣은 모판을
운영 씨네 비닐하우스에 넣어두었단다.
그래도 그게 가장 안전하겠다 싶어서.
그러니까 이번이 삼세번인 셈이다.

하우스 안에는 잎이 3~4장 달린 고추모가 자라고 있다.
운영 씨네 건데, 우리 것도 죽지 않았으면 저 만큼 컸을 게다.

 

 

하우스 한 복판에 씨를 넣은 우리 고추모판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떡잎이 올라온 고추 모판이 두 개 보인다.
정화 씨가 어디 육종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품종 씨앗을
받아서 싹을 틔운 놈이란다.
바로 옆에 칠성초 씨앗을 넣은모판 네 개가 있는데,
햇빛 가리개를 열어봐써니 아직 떡잎도 올라오지 않았다.
며칠 더 기라려야 봐야 한단다.

 


아무 생각없이 "이번에도 안 되면 어쩌지?" 입방정을 떨었더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하고 나서는 주란 씨.
그렇지, 절대 그래선 안 되지! 그러면 대책이 까마득하니...
후끈 달아 오른 하우스 공기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
봄 햇살은 따사로운데,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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