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은 오고 지랄이야

2014. 2. 19. 20:51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
별일 없으면 책에 코를 박고 지냈더니,
그새 봄이 와 버렸구나!
아침나절, 쓰린 속 부여잡고 양파밭 매러 나갔다가
양지바른 산비탈, 그 곳에서 봄을 마났다.
아지랑이가 피워오르더냐고?
에이~ 아직 거기까진 아니고...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산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한 때, 너무 좋아하던 가수의 노랜데,
이어지는 노랫말은 나중에 보도록 허고...

거름 낼 때만 해도 살짝 얼어있던 양파줄기에는 물이 올랐다.
뽑혀 올려오는 잡초 가운데는 냉이도 있는데,
주란 씨는 풀매는 와중에도 제법 큰 놈만 골라 따로 챙긴다.
냉이국, 냉이무침이 떠올라 침샘이 요동친다.

 



이게 대관절 봄이 아니고 뭰가, 이 말이지.
이리 신고도 없이 성큼 와 버리며 워쩌란겨.
추위를 핑계삼아 빈둥거리는 호시절도 오늘로 끝이란 말씀.
봄이 왔으니 밭도 갈아야 하고, 풀도 매줘야 하고...
오는 길에 만난 운영 씨는 곧 감나무를 심을 거라며
내 노동력에 군침을 흘린다.
안밤실 광수 씨한테서는 전화가 왔다.
지가 짓던 논 열 닷 마지기를 떠맡으란다.
오늘 한 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게 다, 봄기운 탓이 아니고 뭐여?
어이 이리도 서두르는 것이냐, 봄아! ㅠ.ㅠ~
 


<봄이 오는 길> 박인희

산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옷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