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은메달' 단상

2014. 2. 21. 11:52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시골에 산다

 

이번 소치올림픽의 '꽃'이라던 피겨 여자싱글 경기.
그제와 어제, 쇼트와 프리 모두 봤다.
국내 미디어엔 지금 '편파판정'이 핫이슈인 모양인데,
내 눈에도 그렇게 여길 소지는 충분한 것 같다.
피겨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저 눈대중으로...
김연아의 연기는 다른 선수와 '차원'이 달라보였다.
점프의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예술성'이 빼어나다. '군계일학'이라고 할까....
여느 선수와 달리 뻣뻣하거나 눈에 거슬리는 점이 거의 없다.
버드나무 가지처럼 야들야들 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타고난 신체구조 덕인지는 모르지만
우아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어제 프리경기는, 쇼트 때와 느낌이 좀 달랐다.
그새 익숙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덤덤 하더라.
실수없이 '클린' 연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끝나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들어 해설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언뜻 듣기로 '구성점수'는 금메달을 딴 소트니코바가
조금 앞선 것으로 기억한다. 한 차례 삐끗 했을 뿐 실수도 거의 없었다.
결국 예술점수가 승부를 가른 셈인데...
이제 (이런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예술피겨'의 시대가 저물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4~8년에 이르는 '김연아 시대'의 고갱이는 '예술피겨' 아니던가?

사실, 개최국의 이점이나 텃새는 늘 있어왔던 거다.
만약 그 정도를 넘어서는 편파판정이 아니라면
소치를 계기로 이제 '기술피겨 시대'로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
끊임없이 바뀌는 게 세상의 '트렌드'인데 피겨만 예외일 순 없지 않은가.

솔직히 '텃새 피해의식'의 바탕에는 '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건 미디어의 상업주의가 부추겨온 결과 아니던가.

해서, 김연아 본인의 '쿨한' 태도가 아니라도
그냥 빼어난 연기 즐겼으면 그것으로 되었지 싶다.
메달 색깔이 무에 그리 중요한가.

차리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만약 금메달까지 땄다면 어찌되었을까?
들뜬 바람(광풍!)이 이 나라를 휩쓸었겠지.
3S, 뭐 그런 이론을 들이대려는 건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 살림살이 너무 고달프고,
세상 돌아가는 꼴, 우습지도 않다.
이런 판에 금메달이네, 톱10 진입이네 '헛바람'까지?
생각만으로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잔치는 끝났다.
이젠 달뜬 마음 가라앉히고 꾸역꾸역 살아내야지.
'올림픽 특수'를 학수고대하던 세력에 맞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