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3. 01:05ㆍ누리에 말걸기/풍진세상(風塵世上)
처음엔 관련 글을 '비공개'로 설정해두었더랬다. 처음 겪는 일인데다 사안 자체가 민감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적잖이 흘렀다. 달포 쯤 전인가? 어찌어찌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관련 글을 '공개'로 바꿨다. 거의 한 해가 흐른 때였다. 어차피 드러낼 거라면 그 뒷 이야기도 덧붙이는 게 맞다 싶어 '후기' 비슷하게 몇 자 보탠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무에 그리 아등바등 매달렸던가 싶다.
아이는 결국 학교를 관두었다. 끝내 '가해자들'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학교 다니기 싫다'는 생각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나 또한 아이에게 한 다짐-"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학교 다니기를 강요하지 않겠다"-을 지켰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나한테는 그게 텅 비어 있었다. 이른바 '공교육'말고 다른 걸 생각한 적도 없었고, 지난 사건의 와중에도 아이가 결국은 학교로 되돌아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태는 내 뜻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렇다. 그 뒤의 일처리는 사태를 예가지 끌어온 사람이 이끌어갈 수 밖에 없는 느릇이겠지. 나로선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것이 아이 엄마는 마치 준비라도 했던 듯이 일사천리로 '뒷처리'를 해나가는 것 아닌가. 달포 쯤인가, 심신의 안정을 위해 아이가 '맘껏' 놀도록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주시내에 있는 '검정고시학원'에 등록하도록 했다. 그게 지난해 11월.
그 때부터 아이는 학교 대신 검정고시학원에 통학을 했다. 시내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나로서는 그런 행태가 영 맘에 들지 않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학교를 거부한 만큼 달리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눈치였고, 그래도 학교보다는 낫다고 했다. 한심한지고...
그렇게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니 나 또한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속상함도 시나브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반 년 쯤이 흐른 올해 여름에 아이는 고입검정고시에 아주 훌륭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말하자면 제 또래가 중학 2학년 1학기를 마칠 즈음 졸업자격을 얻은 셈이다. 기뻤느냐고? 씁쓸했지! 한 백년은 살아갈 아이의 생애에서 어린 시절 학력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하지만 하나 틀림없는 사실은 아이가 학교를 관둔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고, 표정을 봐도 학교 다닐 때보다는 그래도 나아 보인다. 그 시절을 '범생이'로 살아온 나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행로를 우리 아이는 과감히 걷고 있다. 그 점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 학교가 뭐길래 절대시할 까닭은 없는 게지. 지금 우리 아이는 검정고시학원 대입반을 다니고 있다. 그저 놀렸으면 싶지만 이번에도 아이 엄마가 그 과정을 주도했다. 참, 지랄맞은 게 세상 헛 살았다 싶다. '사람 사는 세상' 만들겠다고 반평생을 발버둥쳤거늘 아직도 그 모양이니...
아무튼 '보통의 삶에서 '궤도'를 벗어난 아이의 길은 여전히 불안하다. 될 수 있다면 고등학교-일반학교든, 대안학교든-는 다녔으면 하는 생각인데, 이 또한 결국은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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