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담그기] 다시 벼농사는 시작되고

2014. 4. 24. 11:31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마침내 올해 벼농사가 시작됐다.
그제(22일) 저녁, 느닷없이 친환경벼작목반 회의가 소집됐다.

잠정집계된 우리집 올해 벼농사 면적은 42마지기(8,400평).

샘골에서 3마지기가 늘었고, 광수 씨가 넘겨준 게 6마지기.

이날 통하하던 병철 씨가 느닷없이 자기 논 9마지기를 맡으란다.

마을 앞에 있고, 짓기가 그리 까다롭지 않은 논이라 그러마 했다.

이 중 찰벼를 7~10마지기로 정했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벼를 심기로 했다. 

 

작목반 회의에서는 올해 모내기와 관련한 일정을 조정했다.

'포트모 이앙기' 작업순서를 정하는 게 핵심안건.

완주군에 딱 한 대밖에 없어 차례를 정해야 한다.

그렇게 받은 날짜를 역산해 보니 일정이 녹록치가 않다.

 
하여, 어제 급히 씨나락을  담갔다.

'씨니어클럽' 김성호 농사팀장이 일을 서두르니 그리 됐다.

여러 모로 중심에 서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볍씨 담그기 작업도 씨니어클럽 수돗가에서 했다. 

우리를 포함해 모두 다섯 곳(집)이 함께.

육중한 열탕속독기는 성호 씨가 운영 씨네 하우스에서 실어왔다.

일반볍씨(신동진)는 바로 옆에 있는 농협창고에서 100Kg을 받아왔다.

찰볍씨(동진찰벼)는 며칠 전 마을 이장님이 구해주셨다.

작업은 예년과 다를 게 없다.

염수선-열탕소독-냉수침종이 차례로 이어졌다.

 

염수선.
찬물에 소금을 풀어 비중을 높인 뒤
씨나락을 쏟아부으면 쭉정이가 물위로 떠오른다.
그걸 뜰채로 걸러내고 튼실한 볍씨만 골라 망자루에 담는다.

찰벼는 일반벼보다 질량이 적어 소금물 비중을 낮춰야 한다.

모두 반벼 9망, 찰벼 2망이다.

 

 

열탕소독.
섭씨 60도로 뎁힌 물에 망자루를 10분 동안 담근다.
볍씨에 묻은 병균을 소독하는 공정이다.
관행농은 이 단계에서 화학약품(농약)을 쓴다.
열탕을 마친 볍씨는 찬물에 담아 열기를 빼낸다.

늦게 도착한 광수 씨네 볍씨를 열탕하다가 사달이 났다.

갑자기 수돗물이 끊긴 것이다.

열탕을 끝낸 볍씨를 어찌 행구라고...

급히 볍씨를 꺼내 저만치 떨어져 있는 부엌으로 싣고가

간신히 물에 담갔는데, 수압이 너무 낮아 쫄쫄쫄...

광수 씨가 이 방면으론 베테랑이라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냉수침종.
소독을 마친 볍씨는 찬물을 채운 큰 고무통에 담가둔다.

밤 시간에는 꺼내뒀다가
다음날 아침 물을 새로 받아 다시 담근다.
촉(뿌리와 싹)이 불거질 때까지 계속하는데
닷새 쯤 걸리는 게 보통이다.

읍내 양품점에서 커다란 고무통 두 개를 사다가
우리집 야외 수돗가에 두고 물을 채워 볍씨 11망을 나눠 담갔다.

 

그러고 나니 오후 3시가 가깝다.

애초 오전 한나절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많이 늦어졌다.

느닷없이 일을 해치우는 바람에 적잖이 허둥댔다.
게다가 몹시 긴장하고, 진을 뺀 탓인지 그 다음 일정까지 엉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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