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넣는 날

2014. 4. 30. 22:22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조금 전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사방은 깜깜, 어둠에 잠긴 시간.
긴 하루였다.
이리 고단한 노동을 해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온종일 볍씨를 넣었다.

기계로 모를 내기 전에는 못자리 바닥에 곧장 볍씨를 뿌렸다.
써레질을 한 뒤 이랑을 매끈하게 밀어 그 위에 촘촘이...
이앙기가 도입된 뒤로는 플라스틱 모판에 볍씨를 뿌린다.
보통은 손으로 뿌리거나 지그를 써서 줄뿌림을 한다.
그런데 유기농 벼농사를 짓는 우리는 정교한(?) 기계를 써서 작업을 한다.
기계 이름도 파종기. 논바닥이 아닌 모판에 파종하는.
5일 전 염수선-열탕소독해 침종해온 그 볍씨를
오늘 파종한 것이다.

 

말로는 설명이 어렵고, 사진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다만, 모판이 많이 다르다.
보통모판은 통짜로 돼 있는데, 이 놈은 4백 개 남짓 포트(볍씨 방)가 있다.
유기농은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모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
벼포기(3~4가닥)마다 방이 독립돼 있어 뿌리가 튼실해지는 원리다.
뭐, 벼농사 기술교육은 아니니 이 쯤에서 마무리하고.

컨베이어 시스템인 파종기를 지나면서 볍씨를 담는다.
크게 보면, 포트에 상토를 깔고-볍씨를 넣고-상토를 덮는 공정이다. 
그렇게 볍씨를 넣은 모판을 트럭 짐칸에 차곡차곡 쌓는다.
한 층을 쌓은 다음 물을 뿌리고 비닐을 덮고 또 한층...
이런 식으로 트럭 한 대에 30층을 쌓았는데, 두 대를 빌렸다.
그럼 당최 모판은 몇 개나 되냐고? 1천2백개, 일반벼 950개-찰벼 250개다.
모두 45마지기(9천평)를 지을 양이다.



물론 우리집 것만 한 게 아니다.
오늘 함께 작업한 것은 네 집이다.
그 가운데 우리집이 대농(?)이다.
다른 집은 2~3백개, 많아야 6백개 수준이니 가늠이 될 거다.
내가 맡은 공정은 도입부.
모판이 끊이지 않도록 공급하고,
30Kg 남짓한 상토포대를 들어올려 투입하는 일이다.
온종일 그 짓을 했더니만 두 팔에 멍이 들고, 다리는 후들후들~
트럭 짐칸에 쌓은 모판을 보온덮개로 싸고 묶고 났더니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몸뚱이는 '파김치'.

 



사흘 뒤에는 못자리로 모판을 옮긴다. 3일(토요일)이다.
그날부터 진짜 모농사가 시작되는 거다.
트럭 짐칸에서 못자리까지 모판을 '릴레이'로 나르게 된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 당연히 다다익선!
뭐, 굳이 S.O.S를 타전하진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