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농사, 올해는 '자연농법'으로

2014. 5. 2. 07:03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꼭두새벽부터 한 나절을 광수 씨네 볍씨 모판작업 도와주고,
못자리판에 물길 내는 작업을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주란 씨다.
"왜 여태 안 오세요? 고추모 옮겨 심어야죠!"
누가 그걸 모르나... 몸이 열이라도 모자라니 그렇지.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 오후 2시를 훌쩍 지나 있다.
급히 차를 몰아 하우스에 다다르니 주란 씨는 벌써 고추모를 뽑고 있다.

 

 

뽑아낸 고추모를 싣고 다시 거멍굴 밭으로.
옮겨 심을 자리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자연농법'을 채택했다.
밭을 갈지도 않고(무경운), 비닐 멀칭도 하지 않기로 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어 그대로 덮는다.
이른바 '초생멀칭'이다.

 


그런 다음 풀을 헤집고 호미로 고추모를 심는다.
고추모 찾기가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다.

3시를 넘어가니 날씨가 제법 덮다.
막걸리 몇 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옮겨심기.
밭 윗쪽에는 여지껏 마른 풀이 덮여 있다.
햇빛차단 효과로 풀이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흠, 저게 자연멀칭이로군.
여기서도 마른 풀을 헤집고 고추모를 옮겨 심는다.
애초 7백 포기 남짓 심을 요량이었는데,
해가 저물도록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나머지 2백 포기는 내일 마저 하기로 했다.
그래도 주란 씨 표정은 환해 보인다.
"햐~ 오매불망 자연농법으로 고추농사를 하니 너무 좋다!"
연신 되뇌던 얘기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진 그림자가 길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