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3. 09:13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오늘 아침나절에 남아 있던 여덟 마지기를
마저 심었다.
기계가 계속 잔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
아무튼 끝났다.
그 동안 이앙기를 몰아준 은종 씨와
점심을 함께 하며 노고를 위로했다.
물을 못대서, 트랙터가 고장나서
로터리(써레질)가 늦어지는 바람에
모내기도 따라서 늦어졌다.
어찌됐든 시원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가뭄 때문이다.
모를 낸 뒤 둘러본 샘골은 처참한 상태다.
여기저기 논 바닥이 드러나 있고
길쭉한 오이 배미에는 이미 벼포기보다 많은 피가 올라와 있다.
물을 높이 댔으면 피가 싹트는 걸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날이 가물고, 상류의 저수지도 보잘 것 없으니 속수무책.
머잖아 오이배미는 '피바다'를 이룰 것이다.
저 놈들을 상대로 '피사리 전쟁'을 치를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그러니 속이 탈 밖에.
지금,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지만
이미 그 참상을 보고 난 뒤라
반가운 마음이 금새 '원망'으로 바뀐다.
어차피 올 거, 좀 일찍 왔으면 좀 좋아?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농사를 지배하는 건 팔할이 '하늘'이다.
얄궂은 것은, 이 비가 마뜩찮은 이도 적지 않다는 사실.
양파를 캐서 말리고 있거나, 내일 쯤 캐려던 사람들...
내가 모르는 경우가 또 있을 게다.
아무튼 비가 내리니 오늘은 '해피엔딩'이다.
아래 사진은 모내기 끝판의 이면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모판은 이렇게 '처분'된다.
모는 쓸모없지만 모판은 다시 써야 하니 털어내야 한다.
올해는 필요한 모판수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2백판 가까이 남았다.
그 모판을 일일이 털어냈다.
'모 무덤'이랄까? 이 또한 참상의 하나다.(201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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