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9. 19:18ㆍ누리에 말걸기/<함께하는 품>
어느덧 열여덟 번째다. 지난 5월17일 시작된 이 고장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집회(함께하는 품 제12호) 말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 되면 이곳 사람들은 어김없이 읍내시장 광장에서 촛불을 밝힌다. 벌써 넉 달을 넘겼다.
일을 처음 꾸미고 이끌었던 <녹색평론> 독자모임한테도 이건 뜻밖일 것이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에 비춰 이는 웬만큼 예상된 일이기도 한다. 실제로도 진상규명은 작업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수사권-기소권’ 공방 속에 진상조사 주체도 꾸리지 못한 상황이다. 사태가 이미 장기화국면에 빠져든 것이다.
독자모임의 예상을 빗나간 건 이 뿐이 아니다. 두 어 차례 집회가 열린 뒤에는 이 고장 시민사회단체가 바통을 넘겨받을 것이라 예상했다는데 아쉽게도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결국은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몇 사람을 끌어들여 준비모임을 재편했다. 집회에 빠지지 않고 나왔다는 구실로 나 또한 준비모임의 일원이 되었다.
이름은 ‘완주군민대회’라고 붙였지만 집회참가자는 주로 인구 1만을 헤아리는 완주군 북부지역 주민들이다. 적을 땐 스물, 많을 땐 쉰 남짓이 함께 하는 그야말로 조촐한 집회다. 집회 프로그램 또한 그닥 중뿔날 것도 없다. 그저 돌아가는 상황을 공유하고, 저마다 소감과 의견을 밝히면서 싸울 의지를 다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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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게 있다면 집회가 끝난 뒤에는 늘 바로 옆 정자에서 모두가 함께 뒤풀이를 하는 정도다. 그 덕분에 세월호 뿐 아니라 이 고장의 온갖 현안과 이슈가 거론된다. 일주일마다 직접적인 소통마당이 펼쳐지는 셈이다. 넉 달이 지나도록 집회의 활력이나 참여열기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준비모임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려 애써온 점도 있다. 예컨대 어떤 날은 집회를 아예 <도전! 골든벨> 형식을 빌린 세월호 관련 퀴즈대회로 진행하거나, 집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살아가는 이야기’ 꼭지를 마련한 것 따위가 그것이다.
문제는 집회 참석자들의 ‘성분’이다. 사안이 사안이라 당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성원 또는 관여했거나 관심이 깊은 이들이다. 대체로 진보적 색채가 뚜렷하다. 또한 주민 대다수가 노령층이지만 집회 참석자들은 거의가 청장년이다. 주민들의 참여폭이 넓지 않고 그만큼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고장에서 특정 현안을 둘러싼 집회가 넉 달 넘게, 스무 번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건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 만큼 많은 주민이 눈여겨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서 그 동안의 집회상황을 갈무리한 동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조만간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적한 시골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재발방지 염원이 이토록 뜨거우니 다들 힘내시라. <함께하는 품 201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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