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2. 15:47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새해는 밝았는데 세상이 왜 이리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까닭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눈꼴사나운 행태가 세밑을 어지럽히더니만 해를 넘겨서까지 저 모양이다.
어디 한 두 가지라야 짚어보기라도 할 텐데 벌이는 일마다 늘 상상을 뛰어넘으니 아예 기가 질릴 판이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권력이니 원 없이 휘둘러보자는 심사인지. 정녕 그것이 주권자인 ‘국민’한테서 위임 받은 것임을 잊은 듯하다.
하긴 그것이 권력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비단 중앙권력에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윗물이 흐린 탓인가. 이른바 기초자치단체, 지방정부 또한 그 알량한 권력을 남용하기에 스스럼이 없다. 상식도 없고, 절차도 무시한다. ‘어차피 그렇고 그런’ 힘의 논리가 있을 뿐이다.
어쩌다보니 새해덕담 건넬 사이도 없이 풍진세상 탓하는 넋두리부터 잔뜩 늘어놓게 되었다. 그만큼 올 한 해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 같다는 말씀이다. 그래도 명색이 새해 첫머리인데, 언제까지 음울하게 머리만 싸매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어떤 시인이 읊조렸더랬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설령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농사꾼은 살아갈 궁리를 놓을 수 없다. 얼마 전부터 ‘(가칭)친환경 벼농사모임’을 하고 있다. 새해를 기다리지 않고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 대부분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거나 지어보겠다는 귀농(귀촌)인들이다. 20년 넘게 벼농사를 지어온 이부터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까지 열 명 남짓.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공생, 건강, 배려 같은 생태가치를 추구한다.
농사철이 되려면 좀 시간이 남아 있어 공부부터 하기로 했다. 농사연륜이 오랜 이의 경험과 식견을 나누는 한편 활발한 의견교환으로 확실한 농사지식을 갖추자는 것이다. 첫 학습주제로는 ‘흙’을 다뤘다. 그 동안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내용을 들으면서 다들 두 눈이 커졌고, 앞 다퉈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 다음 주제는 ‘물’로 잡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3년 어떻게 벼농사를 지어왔는지 아득하다. 별다른 농사지식도 없이 ‘용감하게’ 뛰어들어 주먹구구로 지어왔던 것이다. 관련 전문서적이나 선배 농사꾼을 통해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경험’이 받혀주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했지만 농업기술센터 같은 공공기관은 생태농사 교육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몹시 아쉽고,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결국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친환경 벼농사모임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럴 형편도 아니었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첫발을 떼었다. 일단 함께 길을 가면서 식견을 갖추고, 체계도 잡고, 전망을 세워야 하는 처지다. 당장은 이론공부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날이 풀리고 때가 되면 몸으로 익히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나아가 품앗이-공동작업부터 부분적 공동경작이나 유통망 확보에 이르기까지 강한 공조체계를 갖출 수도 있겠다. 아직은 정해진 게 없고, 가능성일 뿐이지만 그 열기는 무척 뜨겁다.
제 아무리 세월이 하 수상해도 때가 되면 농부는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린다. 그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아울러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가려면 ‘희망’이라는 이름의 푯대가 필요하다. 이 벼농사모임에 거는 기대가 큰 까닭이다. <완두콩 2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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