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30. 20:05ㆍ여름지이 또는 신선놀이/여름지기의 노래
우리 둘째가 2년전에 졸업한 초등학교.
해마다 단오절 즈음에 잔치 한마당을 연다.
농촌학교 답게, '행사의 꽃'은 손모내기 체험.
이젠 이 학교 학부모도 아니게 되었지만 나 또한 함께 한다.
지금은 많이 바랬지만 애초 '고장의 잔치'로 시작됐고,
무엇보다 내가 짓는 논에서 모내기 체험을 하는 까닭이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논이 바로 우리 논이다.
2년 전에 내가 학부모회장을 지낸 인연도 적지 않다.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우리 벼농사모임 '사부' 광수 씨가 못줄을 잡고 전과정을 '총지휘'한다.
모심는 방법을 설명한 다음 "자! 1,2,3학년 논배미로 들어가요!!"
고사리 손들이 꼼지락거리며 한 포기, 한 포기 꽂아 넣는다.
그렇게 서너줄을 꽂은 뒤 다음은 4,5학년 차례.
제법 컸다고 열 줄 넘게 심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훌쩍 차이 나는 6학년들이 들어서자 속도가 붙는다.
교장과 담임 교사들, 그리고 몇몇 학부모가 사이사이에 끼어 돕긴 했지만
생각보다 '야물딱지게' 모를 심는 게 대견하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한 마지기 쯤 심고 나니 피로감을 느끼는 표정이 역력.
옆에 늘어서서 체험행사를 구경만 하던 유치원 아이들 손에
제초용 우렁이를 한 줌 씩 쥐어 주고 논바닥에 던져넣도록 하는 것으로 체험행사는 모두 끝났다.
종아리는 물론 넘어지는 바람에 웃옷까지 후질른 아이들이
관정에서 퍼올린 지하수로 흙탕물을 씻어낸다.
다들 속이 출출한지 학부모들이 새참으로 준비한 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친운다.
지난 10여년, 해마다 치러온 일이 감흥리랄 것도 그닥 없지만
이렇게라도 벼농사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심어주려는
시골 작은학교의 마음 씀씀이가 고말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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