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7. 14:21ㆍ발길 머무는 땅/바람따라 구름따라
천호산 마루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조망이다.
천호산은 완주와 익산을 가르는 그리 높지 않은 산.
천주교 박해의 상흔인 '천호성지'가 제법 알려져 있다.
왼쪽으로는 미륵사터로 유명한 미륵산이 불쑥 솟아 있고,
뒤(남)쪽은 백제 궁터로 추정되는 왕궁면,
오른쪽으로는 완주 비봉면이 자리 잡았다.
붉은 동그라미 안에 어렴풋이 보이는 게 계룡산이다.
앞(북)으로 내치면 여산-강경-부여-공주가 이어진다.
저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산자락은 아마도 공주 일원일 것이다.
백제는 잘 알다시피 한강유역(서울)을 잃고 나서 공주로 도읍을 옮겼다.
공주는 산악으로 둘러싸여 수성에 유리한 지형이다.
그렇게 수세기를 보내다가 웬만큼 기력을 되찾은 백제는
남쪽인 부여로 다시 도읍을 옮긴다.
부여는 공주에 견줘 트인 곳이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 때('서동-선화공주' 설화로 잘 알려진 무왕 시절?)
지금의 익산(왕궁)으로 천도했었다는 설이 유력한다.
얼마전 익산(금마)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장엄과 함께
백제 왕비가 재물을 내려 가람을 창건했다는
내용이 담긴 금판이 발견됨으로써
이곳이 백제 도읍이었음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나는 저 사진 한복판 어디 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니 이곳의 유물과 유적, 전설 하나하나가 심상하지 않은 것이다.
이 조망권은 보통 미세먼지와 연무로 늘 시계가 흐릿한다.
장맛비가 사나흘이나 이어진 뒤 맑게 겐 날
운좋게도 이 그림을 건졌으니 이 또한 복이라면 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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