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5. 17:00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날이 추워도 너무 춥다. 걸핏하면 수은주가 영하 두 자리로 우습게 내려가더니 급기야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이 놈의 감기몸살 독해도 너무 독하다. 목이 아프고 오한이 일면서 당최 몸을 가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네댓새를 하릴 없이 몸져누워 지냈다. 지금은 많이 나았지만 열흘 넘도록 후유증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
강추위를 넘어 ‘극강 한파’라고들 부른다. 기상 관련 기록도 기록이지만 내 느낌으로도 난생 처음이지 싶다. 밤 기온이 쑥 내려가 아침이면 실내온도가 곤두박질치니 보일러 온도조절기에 유난히 손이 많이 간다. 모르긴 해도 이번 겨울 연료소모량이 꽤 됐을 것 같다.
전에 없이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다보니 그 여파로 심혈관계 질환에 따른 사망도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겨울엔 유난히 부고가 많이 날라들었다. 이번 감기몸살도 실은 초상을 치르느라 강추위 속에 오랜 시간 몸을 떨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올겨울 한파는 이 쪽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모양이다. 특히나 북미지역은 영하 50도에 이르는 한파가 몰아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가 꽁꽁 얼어붙고 난대기후권인 플로리다에까지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열사의 땅’ 중동지역 또한 유래 없는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구촌 곳곳이 이상한파에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영화 <트모로우>가 다루고 있는 극한 추위 속 인류절멸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불길한 상황이다. 곧이어 지난여름의 그 뜨거웠던 무더위로 기억이 옮겨간다. 너무 엉뚱한가? 아니다. 자연스런 연상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강추위가 지구온난화가 부른 역설이라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북극 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란다. 해마다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사이 곳곳에서 한파, 열파, 가뭄, 홍수 같은 이상기후가 빈발하는 것도 죄다 온난화로 불리는 기후변화에서 파생된 현상이라는 얘기다. 북반구에 이상한파가 불어 닥친 지금 남미와 호주 등 남반구를 달구고 있는 50도 이상의 폭염은 바로 기후변화의 맨얼굴인 셈이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날씨가 요동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기후변화 타령을 늘어놓는 까닭이다. 내친 김에 묻지마 산업개발과 편익추구, 고기소비 증가 같은 인류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원흉이라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기후변화가 몰고 올 인류절멸을 막는 길이라는 것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김성훈 교수가 최근 소개한 세계유기농소비자회(OCA)의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유기농 경작지를 늘리고, 산림지역에 제대로 조림사업을 하면 온실가스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가설이라 해야겠지만 나로서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한몫하고 있음은 틀림없으니 조금은 뿌듯하다.
그도 잠시, 입춘인 오늘도 강추위는 누그러질 기세가 아니다. 일기예보는 돌아오는 한 주일도 최저기온이 내내 영하 두 자리로 기록돼 있다. 호되게 감기몸살을 앓고 난 뒤끝이라 이 추위에 고생하며 싸우고 있는 이웃들이 불현 듯 떠오른다. 보잘 것 없지만 쌀 꾸러미라도 좀 보태야겠다. 월간 <완두콩> 2018년 2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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