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8. 17:03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7월말~8월초.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의 기억으로는 여름휴가가 몰리는 기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사실은 연중 가장 더운 시기라는 것. 실제로 그렇다. 수은주는 연일 섭씨 35도까지 치솟고 습도까지 높아 그야말로 푹푹 쪄대는 나날이다. 이 찜통더위는 밤까지 이어져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열대야’가 일상이 되고 있다.
하긴 지난 7월초에 이미 겪었던 현상이고, 미리 예행연습을 해 둔 효과라고 해야 할까? 버겁기는 해도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다. 에어컨 없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7년째 ‘에어컨 없는 한여름’을 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경량목구조에 단열에 신경을 써서 지었더랬다. 겨울철 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고, 한여름 냉방에 드는 전력을 최소화하자 했었다. ‘견물생심’이라고 앞에 두고는 참을 수 없을 테니 에어컨은 아예 들여놓지를 않았다. 참다 참다 못 참겠으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더위를 못 견디는 체질이라 그게 쉽지는 않으리라 했었다.
그리고 7년, 한해 한해 용케도 버텨왔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파국적인 기후위기 양상을 대하면서 솟아오르는 ‘죄책감 효과’가 컸을 것이다. 안 그래도 ‘기록적 폭염’으로 지구촌 곳곳이 끊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럽, 북미, 중국 할 것 없이 섭씨 40도를 크게 웃돌아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살인 더위’가 휩쓸고 있다. 이에 견주면 우리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고 자위하기에도 민망한 상황 아닌가.
그래도, 어쨌거나 이만하기 다행인 건 사실이다. 그러니 “조금만 참으면 이 또한 지나 가리라”는 ‘고문이 아닌 확실한 희망’에 기댈 수 있었겠지. 물론 ‘아직까지는’ 일 뿐이다. 기후위기가 에너지 위기로 이어져, 에어컨은 그만두고 이상기후에 맨몸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에 언제 부닥칠지 모를 일 아닌가. 생각하면 이 더위에도 오싹해진다. 그래, 그런 상황을 견뎌내자면 지금부터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고... 가끔, 공상 아닌 공상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 내 한 몸 무더위를 견디는 거야 그리 대수는 아니다. 어디 직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온종일 뙤약볕 아래 비지땀을 흘리는 상황도 아니다. 그저 홀로 ‘홀가분한 차림’으로 선풍기 바람 쐬다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온몸에 시원한 물 끼얹고 나면 또 몇 시간은 견딜 만하다.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는 얘기지.
문제는 내가 아닌 ‘남’이다. 손님이라도 올작시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름방학이라고 아비 집에서 노니는 아이들이야 그렇다 치고, 손님들도 그리 홀가분하게, 내키는 대로? 안 될 말이다. 그러니 삼복더위가 이어지는 달포 쯤은 어쩔 수 없이 ‘외인 출입금지 기간’이 되는 것이다. 하긴 그런 까닭으로 어떤 이는 ‘손님을 생각해서라도 에어컨 들여놓으라’ 성화다. 중고 에어컨 구입비 모금이라도 해주겠다면서. 물론 “마, 됐다. 치아라!” 하고 말았지만 뒷꼭지가 스멀거리긴 하다.
어쨌거나 어제가 ‘입추’였다. 가을의 문턱이라고? 헛웃음이 나오려는데 한편으로는 ‘그새 지구환경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싶어진다. 입추야 그렇다 치고 지금까지는 그래도 ‘처서’(8월23일)가 지나면 더위는 확실히 꺾여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자신이 없다.
지구환경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인류)이야 자업자득이니 그렇다 치고. 아무 죄도 없이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는 자연은 또 뭐란 말인가. 한창 중간물떼기 중인 논배미에서 벼포기는 잘 자라고 있는지 살피러 나가봐야 겠다. 월간 <완두콩> 2022년 8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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