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0. 11:11ㆍ누리에 말걸기/<농촌별곡>
2월로 접어드니 날씨가 확 달라졌다. 아랫녘에서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설마 하는 마음에 바깥뜰에 심은 매화를 살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꽃망울이 부풀어 있지 않은가. 개화 등고선은 조금씩 북상하게 돼 있으니 우리 동네도 머잖아 매화를 영접하게 되겠지. 꽃망울만큼이나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안 그래도 뒷산을 오르자면 두꺼운 방한복과 바지가 거추장스럽던 차다. 한 시간 남짓 산을 타다 보면 막바지에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는데, 이제는 줄줄 흐를 정도가 되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도 한결 부드럽다. 이 모두가 봄이 다가오는 조짐인게지.
그러나 지난겨울은 무척 추웠더랬다. 그냥 추위도 아니고, 강추위도 넘어 ‘극강한파’라는 용어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알고 보면 이 또한 기후위기,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한다. 북극지방은 온난화 양상이 더욱 심해 ‘한파 회오리’가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스크림이 녹아 흘러내리듯 느슨해진 북극 회오리가 남쪽으로 내려와 극강한파가 닥친다는 얘기.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난방연료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사람들은 극강한파를 곱절로 체감해야 했다. 폭등한 등유값에 놀라 보일러 기름탱크를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작동온도를 확 낮췄어도 2월 도시가스, 전기요금 고지서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석유로 난방장치를 돌려 가온해야 하는 시설채소 농가들의 시름은 또 말해 무엇하리.
그런 난리통에도 엊그제가 입춘, 어쨌든 봄은 오고 있는 것이렷다. 물론 복수초 노란 꽃잎을 맞으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하지만 마음은 벌써 화암사 들머리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를 생각하면 금석지감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막바지 국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던,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방역체제를 풀거나 늦추지 못하던 상황. 그래서 집단활동은 모조리 발이 묶였더랬다. 우리 벼농사두레만 해도 회원수련회며, ‘농한기강좌’ 같은 행사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고 애를 태워야 했던 게 바로 한해 전이다. 그래서 금석지감, 언제 그랬냐 싶은 것이지.
회원수련회는 진즉에 다녀왔고 이제 농한기강좌를 앞두고 있다. 코비드 등쌀에 밀려 3년 만에 다시 펼치는 마당이다. 하도 오랜 일이라 사정도 많이 바뀌었고, 그새 감도 많이 무뎌지는 바람에 한동안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야 했다. 그러다가 지난 5년의 발자취를 찬찬히 되돌아보고 회원들의 이런저런 의견도 들어봤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가닥을 잡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이심전심으로 ‘벼농사’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그 사이 새내기 회원이 많이 늘기도 했으니 기초부터 다시 살펴보자는 생각이었다.
디지털 첨단과학, 기술융합, 4차 산업혁명 같은 용어가 세상을 주름잡는 이 시대에 벼농사란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이 지역 고산에서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이 벼두레로 모여 벼농사를 함께 짓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 손수 유기농 벼농사를 지으면서 얻은 것과 힘든 것, 그리고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처음의 마음이니 이번에는 욕심내지 않고 2월과 3월에 한 번씩, 두 차례(매월 26일)만 여는 것으로 했다. 첫 번째는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강연을 준비했다. 두 번째는 경력 10년의 ‘베테랑’부터 새내기 경작자, 아직은 관심만 가진 일반회원이 두루 출연하는 패널대담(톡 콘서트). 아, 전주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의 음악공연도 곁들인다. 월간 <완두콩> 2023년 2월호 칼럼